구절초 10

들깨베기

지난 한글날에 맛뵈기로 베었던 들깨,   주말을 이용하여 본밭의 들깨를 베어넘긴다.지나 9월의 비바람에 이리 쓸리고 저리 쓰러진 들깨라 평소 하루면 끝날 일을휴일 아침에도 들깨를 베어넘기는데 시간을 할애한다.   들깨송아리를 탐내는 박새들의 조잘거림에 아랑 곳 없이쉬임 없는 낫질의 시간,산 밑 구절초만 그런 나를 멀꿈히 바라보고 있다.   이제가을비가 방해를 놓지 않는다면다음 주말엔 들깨를 털어내는데 시간을 다 쏟을 것이다. 들깨를 베어내고 나니들깨 사이로 파종했던 서리태만 뒷밭 가운데 덩그러니...올핸 어쩐 일인지 개미허리노린재가 보이지 않아 지금까지 약을 한번도 치지않았고 비바람에도 잘 견뎌주었다. 울타리망이 고라니나 노루의 출입도 막고...지금까지 올해의 서리태 농사는 성공적이다.   들깨베기를 마..

나의 이야기 2024.10.13

한글날에..(2024.10.9.)

야생 짐승들이 무슨 일이 있는 걸까?시골향(向)을 이루는 길에 고라니나 길고양이가 로드킬(road kill)을 당한 것이 거나 열마리는 되는 듯, 들깨를 베어넘길 때가 되었을까?한글날 휴일을 이용해 들깨상태를 살핀다.   주말까지 기다리기엔 다소 늦는 감이 있지만지금 베어넘기기엔 조금 이른 듯,밭꼬랑지의 들깨를 좀 베어넘기다 오는 주말에 베어넘기기로 한다. 울 뒤 비닐하우스 안에는 미처 먹지못하는 애호박을 따 썰어말리는 울엄니 수고로움이 보이고,   마당엔쪄낸 풋고추를 짧게 앉았다 가는 가을빛에 맡겨놓은 모습이 보인다.   헛간 지붕을 뒤덮은 호박넝쿨에선 숨어 크던 호박이 가을빛에 들켜 노랗게 익어가고,   올해 마지막으로 피는 야생화 일꺼라며구절초는 산밑에서 가을빛과 이야기 하고 있다.    시골을 다..

나의 이야기 2024.10.09

주말에..(2023.10.7)

추석연휴 때 때를 맞추지 못한 들깨를 베어 넘기는 주말, 가을볕이 단풍을 만드느라 힘은 잃었어도 허리숙인 노동에는 그래도 땀이 흐른다. 지난 8월의 '카눈' 이 살짝 비껴가긴 했어도 옥수수밭 그늘에서 여리게 자랐던 들깨들이라 쓰러져 이리 엉키고 저리 엉키고... 모처럼 휴가중인 동생이 따라나서 그나마 빨리 끝나겠다 싶었는데 두세고랑 따라붙더니 손과 다리에 쥐가 난다며 이내 나가 떨어지니, 마음의 계산은 애초에 동생이 아니나온 것 만 못했다. 예년 같았으면 혼자서 꼬박 하루면 끝날 일이 거나 이틀이 소요되었다. 들깨밭에서 후룩 날아올라 산밑 소나무에 앉아 내가 자리를 뜨기를 기다리던 비둘기떼들은 저물도록 낫질을 하는 탓에 골짜기 안으로 날아가고, 붉은오목눈이떼와 박새들 만이 조잘대며 나와의 거리를 두며 들..

나의 이야기 2023.10.09

들깨 털기

10월 13일~10월 14일 베어널은 들깨가 털 때가 되었다는 말에 휴가를 냈다. 도착하자 마자 천막을 깔고 들깨를 털기 시작한다. 도리깨질 후엔 망사포를 들어 흔들며 들깨를 망사포 밑으로 보내고 망사포에 남은 들깨 지스러기들을 빗질로 쓸어낸다. 혼자서 한아름씩 안아다 털어내다 보니 350평의 들깨밭이 꼬박 이틀 걸린다. 들깨를 털어내는 중엔 마음이 예쁜 딱새 한두마리가 주위를 지키다가 한아름의 들깨를 가지러 간 사이에 내려앉아 벌레를 물어가고, 한무리의 박새들은 자리를 비우기를 기다려 털어낸 들깨를 얄밉게도 훔치고 있다. 주말엔 털어낸 들깨를 닭들과 함께 선풍기 바람으로 선별을 하고 길었던 들깨타작을 마친다. 가마 반이나 되려나? 이젠 선별한 들깨를 가을볕에 2~3일 맡길 일만 남았는데 그 일은 울엄니..

나의 이야기 2022.10.17

주말에..(2022.10.1)

가을이라고 알려주던 풀벌레들이 내년을 기약하며 떠난 자리, 말없이 구절초가 섰다. 울뒤에서 곤충들을 쫓던 닭들도 이제는 낙엽속을 헤집으며 먹이를 찾고, 그 틈을 노려 커다란 매가 날아들어 닭들을 노린다. 가을은 풍요로움 속에서도 빈곤의 쓸쓸함이 공존하는 듯 하기도 하다. 가을빛은 비닐하우스 안을 딜다 볼 힘도 잃었는데 주말농부는 아랑곳 없이 빨간 고추를 따내어 비닐하우스 안에 디밀어 놓는다. 그리고 나서 예초기에 남은 기름을 없앨겸 산밑밭 산둑을 깎는다고 나서니 울엄닌 동네에서 시도 때도없이 붕붕거린다고 욕한다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떨어지는 빗방울에 김장배추는 좋겠다고 하지만... 어디 세상사 우산장수만 있으랴. 곧 베어넘겨야 할 들깨는 하루가 다르게 낙엽을 만들고 있다. 땅콩섶과 그동안 발효되고..

나의 이야기 2022.10.03

주말에..(2021.9.25)

아침안개가 걷힐 즈음에 도착한 시골, 한정된 주말의 시간이라 바로 한고랑의 땅콩을 뽑아 털어내고... 끝물 고추라 생각하며 식어가는 햇빛에 힘들게 익은 홍고추를 따내 비닐하우스 안에 펼쳐널다 보니 하루해가 거나 지난다. 소쩍새 울던 골짜기엔 부엉이 울어대고 느즈막히 떠오른 달은 달무리를 진 채 밤을 지키고 섰는데, 마을의 개들이 컹컹 짖어대는 소리에는 구급차의 번쩍임이 있었다. 휴일 아침, 지난 밤 구급차의 출현은 결국 동네어르신의 부고 소식으로 되돌아 오고... 주말 일은 다음으로 미루며 동네어르신의 소천(召天)길을 돕는다. 그리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더할 수록 그리움은 더 깊어지는 것. 피어난 구절초도 계절을 그런 마음으로 지키고 섰을 게다.

나의 이야기 2021.09.28

추석연휴에..(2020.10)

예년과 다른 추석연휴가 있어 길었던 주말, 코로나를 조심하자는 사회적분위기 탓에 형제자매들은 목소리만 고향에 내려보냈을 뿐 내려앉은 가을빛이 토라질 만큼 한적하기만 하다. 덕분(?)에 시골일은 오롯이 할 수 있었으니... 봄 가뭄에 파종한 들깨씨앗이 싹을 틔우질 않아 동네에서 얻은 들깨모종을 심은 것이 올들깨인 모양이다. 둬고랑의 고구마를 캐는데 땅이 얼마나 딱딱한지 콘크리트에 호미질을 하는 것처럼 힘들기만 하니 어디 제대로 캐기나 하겠는가. 꼬박 하루걸려 캔 고구마가 4박스에 찍힌 것 2박스 정도. 얼마나 고생이었으면 내년부터는 고구마를 심지않는다는 말도 나왔다. 땅콩 한고랑도 뽑고 생울타리인 노간주나무도 정리를 해본다. 바람 한줄기 지날 때마다 산밑 밤나무는 가을을 툭 내려놓고 그 밑을 찾아가는 발길..

나의 이야기 2020.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