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주말에..(2023.10.7)

돌처럼 2023. 10. 9. 15:20

 

 

추석연휴 때

때를 맞추지 못한 들깨를 베어 넘기는 주말,

가을볕이 단풍을 만드느라 힘은 잃었어도 

허리숙인 노동에는 그래도 땀이 흐른다.

 

지난 8월의 '카눈' 이 살짝 비껴가긴 했어도

옥수수밭 그늘에서 여리게 자랐던 들깨들이라 쓰러져 이리 엉키고 저리 엉키고...

 

모처럼 휴가중인 동생이 따라나서  그나마 빨리 끝나겠다 싶었는데

두세고랑 따라붙더니 손과 다리에 쥐가 난다며 이내 나가 떨어지니,

마음의 계산은 애초에 동생이 아니나온 것 만 못했다.

예년 같았으면  혼자서 꼬박 하루면 끝날 일이 거나 이틀이 소요되었다.

 

 

들깨밭에서 후룩 날아올라 산밑 소나무에 앉아 내가 자리를 뜨기를 기다리던 비둘기떼들은 

저물도록 낫질을 하는 탓에 골짜기 안으로 날아가고,

붉은오목눈이떼와 박새들 만이 조잘대며 나와의 거리를 두며 들깨밭으로 들락날락거린다.

 

간간이 보이는 청개구리들은 재롱을 부리고...

 

 

들깨를 베어넘기고 들어서는 길,

산밑 언저리 군데 군데에선 구절초가 시절을 반기고

밭둑에선 개여뀌와 고마리들이 꽃을 피우며 번식을 준비한다.

 

 

 

 

짧아진 해는 서산을 넘은 지 한참인데

하현달이 늑장을 부리는 밤,

소쩍새 울어대는 골짜기에서 소쩍새 울음소리는 그치고

내려서는 부엉이 울음소리가  한층 가을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매일 아침마다 피어오르는 안개가

떨어지는 기온에 서리로 변할 듯,

 

나의 주말도 조금씩 움츠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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