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15

5월

연초록이 더하는 5월,꾀꼬리와 검은등뻐꾸기도 함께 하자며 소리를 높이고 나타났다.오래된 시골집 처마끝에선 딱새와 참새들이 벌써 부화를 끝냈는 지 새끼들 소리가뒤란을 돌아보는 나의 움직임에 어미새들을 긴장케 하고... 부화한 지 일주일이 된 병아리들은 주말농군의 손길에 의해 처음으로 마당을 밟는다. 벙어리뻐꾸기와 검은등뻐꾸기 소리를 들으며 지난 주에 이어 고사리를 꺾으러 뒷산에 올라본다.십여년 전,담금주에 매력을 느껴 낙엽지던 가을에 처음으로 뒷산을 올라 본 큰참나물(뿌리-진삼)그 때는 뿌리를 캐내는 손길도 설레는 마음에 떨리기도 했었다.독산행(獨山行)에 뒤에서 부스럭대는 소리에도 머리카락이 쭈뼛서기도 했지만, 이내 새들이 먹이를 찾느라 낙엽을 들추는 것을 보고 별 일이 아니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

나의 이야기 2025.05.06

고사리 산행

연분홍 철쭉이 산속을 반기는 계절각시붓꽃이 벙어리뻐꾸기 소리 만큼 보라빛으로 물들이고화사한 산벚꽃을 지운 숲은 연초록을 더한다. 고비를 찾는 발길엔꽃을 숨긴 족두리풀은 시치미를 뚝 떼고,동의나물은 곰취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노란 꽃을 들고 선다 해마다 고사리를 한줌씩 얻는 곳을 올라그 자리에서 고개를 쑥 내밀고 반기고 선 고사리를 끊으며계절을 노래하는 새들의 소리를 귀에 담다 보면,고향의 아련함이 마음 한켠에 자리잡는다. 발길 뜸한 골짜기에 자리잡은 홀아비꽃대는 어느 마음이었을까. 주말,시골향(向)을 이루는 길에 오이, 호박, 대파 모종을 사서밭 귀퉁이에 심고, 옥수수밭을 가보니 싹을 올리는 곳마다 꿩이 달려들어 뿌리에 달린 옥수수알을 파먹으며주말농군의 농삿일을 망쳐놓는다...

나의 이야기 2025.04.27

주말에..(2023.4.15)

들과 산이 연두빛으로 물들이며 싱그러움을 내보이니 아득한 세월을 더한 얼굴의 주름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앳되이 4월을 나서본다. 벙어리뻐꾸기를 기다리며 분칠을 하던 분꽃나무는 '고곡' 대는 벙어리뻐꾸기의 소리에 꽃을 지우며 숲으로 숨고, 그 밑으로 족두리풀이 다소곳이 족두리를 밭밑에 놓고 있었다. 곧, 검은등뻐꾸기가 나타나겠네. 울엄니, 이웃마을 00네 아저씨는 고사리를 대리끼로 반(半)이나 뜯어왔다고... 해마다 한줌씩 꺾는 고사리 자리로 올라서 보는데 고깔제비꽃과 각시붓꽃이 도토리 키재기 하듯 하며 보라빛으로 시선을 부른다. 고사리가 있을까? 알고 있던 자리에 도착해 보니 아직은... 찔끔 내린 비 뒤로 뒷밭 도랑을 쳐내는데, 깔따구인지 날파리인지 머리주위로 날아들며 조금의 틈만 보이면 파고들며 물어대..

나의 이야기 2023.04.16

고사리 산행 (2022.4.30)

고사리를 목적으로 시골 뒷산을 오르는 건 지난주말에 이어 두번째, 금요일 오전에 내린 비 때문인지 주말 아침이 선선하다. 고사리를 목적으로 오르는 산이라 지난 주말과 같은 코스로... 벌써 지난 주에 보았던 산중의 꽃들은 자취를 감추고 연두빛으로 산속을 감추고 있었다. 쥐오줌 냄새가 난다고 해서 이름을 그렇게 얻은 쥐오줌풀 꽃몽우리를 달고 막 피려 하고 있다. 예전엔 나물로도 뜯었었는데 요즘은 그냥 산중의 꽃이다. 예년엔 다른 산객과 때를 누가 잘 맞춰가느냐에 고사리 수확의 차이가 있었는데, 지난 주 내가 다녀간 뒤로 다른 산객의 흔적이 없다. 지난 주 간 자리마다 때를 지나 이미 핀 것도 있고 알맞게 자란 것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고사리를 꺾다 보니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라니가 꽥 꽥 소리를 질러대는..

산행기 2022.05.02

주말에..(2022.4.30)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연두빛 산비냥을 돌아서면 산밑에 자리잡은 시골집이 보이고, 안도의 마음이었을까? 하교길에 집이 보이면 으례 어린이날 노래로 흥얼거렸던... 화려했던 봄꽃들은 자취를 하나 둘 감추고 온 산야가 연둣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시골향을 이루자마자 묵나물 한끼 할 요량으로 뒷산에 올라 고사리 한 줌 꺾어내리고, 참깨 파종을 하기로 한다. 참깨 파종은 울엄니와 같이... 참깨 파종을 마치고 밭 주위를 둘러보는데, 2주 전에 도라지 몇뿌리를 산둑에 이식을 했던 곳엔 무슨 심보인지 멧돼지가 파뒤집었다. 담장 옆엔 아로니아와 블루베리가 봄단장에 한창이고 파종한 지 3주가 된 찰옥수수는 뿌리를 내리고 키를 키울 준비를 하고 있다. 두릅이 끝났으니 울 뒤에 심었던 한두그루의 엄나무와 ..

나의 이야기 2022.05.01

고사리 산행(2022.4.23)

묵나물로 먹는 고사리맛도 제법이지만, 고사리를 꺾는 맛에도 기다림을 둔다. 마치 낚시꾼들이 손맛을 느끼며 출조를 기다리는 것처럼~ 두릅과는 달리 고사리는 올라오는 자리에서 2~3주 걸쳐 서너차례 뜯을 수 있다. 시골 뒷산이 깊은 산이 아니어서 고사리 올라오는 자리가 넓은 면적이 아니어서 발품을 팔아도 잘 꺾어야 한끼 정도의 묵나물량 밖에 되지는 않지만, 고사리를 꺾는 재미로 뒷산을 오른다. 많은 양이 아니어도 좋다. 내 발길 닿는 곳에 한두개라도 있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이들을 대한다. 이들을 찾아 오르는 길엔 요즘 보기 힘든 할미꽃도 보고, 족두리풀의 꽃을 찾아내기도 하면서 고사리가 올라올 쯤 둥글레도 대롱대롱 꽃을 달고 벌나비를 부르는데 나도 덩달아 멈추어 보기도 한다. 그러다 고사리가 올라온 곳에 머..

산행기 2022.04.25

주말에..(2021.4.24)

주말, 아침일찍 향한 시골엔 호랑지빠귀가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도착하자 마자 고사리를 꺾으러 뒷산에 오른다 울엄니께 고(告)하고... 지난 주부터 울기시작했던 벙어리뻐꾸기가 오르는 길을 동무한다. 많지는 않지만 예전 한줌씩 꺾던 자리엔 고사리가 많이도 기다렸던 모양새로 서 있었다. 한줌씩 꺾던 대여섯 군데를 돌아 산을 내려서니 어느덧 한낮이 되었다. 점심을 하고... 지난 주 옥수수를 파종했던 뒷밭을 보니 고라니(실제는 노루일 듯)가 수많은 발자국을 내놓았으니, 옥수수가 싹을 올리다 밟힐까봐 울타리를 치기로 한다. 지지대를 박고 망을 치고나니 반나절이 족히 걸린다. 피곤한 밤을 잠시 나서보니 배부른 상현달은 밝게 마을을 비추고 있었고, 소쩍새 한마리가 앞산 잣나무숲에서 소쩍이고 있다. 풍년의 소망이 닿..

나의 이야기 2021.04.26

주말에..(2021.4.17)

소나기 예보가 있었지만, 후배에게 주말 아침에라도 트랙터로 로타리를 쳐달라 하고 향한 시골길엔 검게 그을린 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후배를 볼 수 있었다. 텃밭엔 고추, 감자. 땅콩, 고구마를 심으려 비닐을 씌우고 뒷밭에 찰옥수수를 몇고랑 파종하는데 요란스런 바람은 소나기를 델고 밭으로 왔다. 주말농군은 어둡도록 소나기와 밀당을 하며 옥수수를 파종하고... 춥다! 참새는 안채 처마밑으로, 딱새는 헛간 처마밑 둥지로 들어서는 것을 보며 하루를 마감한다. 언제 내려섰을까? 짙게 깔린 안개는 아침을 숨겨놓는데 눈치없는 서리는 로타리를 쳐놓은 밭을 얼린다. 어제 못다한 옥수수 파종을 뒤로 하고 고사리나 뜯어볼까 뒷산을 오른다. 먼 산의 산벚나무꽃은 어서오라 손짓하더만 올라선 산길엔 연분홍 철쭉이 맞이한다..

나의 이야기 2021.04.19

주말에..(2021.4.10)

내 계산상엔 텃밭과 뒷밭이 트랙터로 갈리워지길 바랬다. 그러나 아침서리를 걷어낸 주말의 모습은 지난 주 모습 그대로였다. 로타리가 쳐졌다면 호미들고 옥수수를 심었을텐데... 틀어진 주말일을 달래려 뒷산을 오르기로 한다. 해마다 고사리를 찾아 오르던 길, 오래전엔 그러니까 초등시절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아부지를 쫓아 지게를 걸머지고 산을 오르던 그 길이었는데, 이젠 함께 올랐던 그전의 아부지 나이를 넘어서 땔나무가 아닌 산나물을 보러가는 시간이 세월을 재어보게 한다. 등로길을 안내하듯 쫓기우는 작은 산새들은 그런 마음을 알까? 올라왔을까? 해마다 고사리를 꺾던 자리에 가보니 고사리 한두개가 인사를 한다. 돌아오는 주말에 오면 많은 친구들을 볼 수 있단다. 고사리는 다음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내려..

나의 이야기 2021.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