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많은 비 예보에 시골향(向)에 늑장을 부리다 오후에서야 찾은 시골은
밭도랑마다 빗물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한바퀴 휘~ 돌아보는 시선엔
당뇨합병증으로 눈병이 난 걸까 걱정인 울엄니가 주중에 도라지 씨방을 거둬들인 수고가 웬지 마음 아프게 들어온다.

비는 그쳤지만,
금방이라도 쏟아내릴 듯한 하늘분위기에 차양막 아래 시들키던 고추나 펴널기로...

그리고 휴일에 빨간 고추를 따다가 차양막 아래에 넣어놓는다.
날이 시원해지니 고추도 한여름의 열정을 내려놓았는 지 꽃도 덜 피고 크기도 작아지며 빨갛게 익는 것도 재미가 없단다.
그러니 주말농군은 금새 고추따기를 끝낸다.
그늘진 밭둑 언저리에선
키를 키우며 꽃을 피워내던 물봉선이 꽃몽우리를 빼꼼히 들고 일어서는 키작은 고마리를 내려다보며 계절의 자리를 내어주고,

백일홍도 자기의 계절이 지워져감에 아쉬웠던지 목을 빼고 서산을 바라본다.

4월에 부화한 병아리닭,
울 뒤에서 한껏 커진 방아깨비를 쫓는 뒷모습이 조금씩 어미닭처럼 펑퍼짐하게 되어가던데
한달 내로 알을 주기 시작할 듯 하다.
비록,
세찬 비바람에 들깨는 쓰러졌어도 들깨향을 내뿜으며 꽃을 한창 피우는 밭에선
꿀벌들이 열심이던데,
나도 가을을 열심인 마음으로 맞이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