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일찍 향한 시골엔 호랑지빠귀가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도착하자 마자 고사리를 꺾으러 뒷산에 오른다 울엄니께 고(告)하고...
지난 주부터 울기시작했던 벙어리뻐꾸기가 오르는 길을 동무한다.
많지는 않지만 예전 한줌씩 꺾던 자리엔 고사리가 많이도 기다렸던 모양새로 서 있었다.
한줌씩 꺾던 대여섯 군데를 돌아 산을 내려서니 어느덧 한낮이 되었다.
점심을 하고...
지난 주 옥수수를 파종했던 뒷밭을 보니 고라니(실제는 노루일 듯)가 수많은 발자국을 내놓았으니,
옥수수가 싹을 올리다 밟힐까봐 울타리를 치기로 한다.
지지대를 박고 망을 치고나니 반나절이 족히 걸린다.
피곤한 밤을 잠시 나서보니
배부른 상현달은 밝게 마을을 비추고 있었고,
소쩍새 한마리가 앞산 잣나무숲에서 소쩍이고 있다.
풍년의 소망이 닿기를 바라며...
또 고사리를 꺾으러 산을 오를꺼냐는 물음에는
특별히 할 것 없는데 나물이나 뜯어오길 바라는 마음이 묻어있었다.
하지만.
작은 산밑밭에 참깨를 심을 것이라며 풀을 뽑아놓았던 울엄니는
산에서 내려굴린 낙엽들을 모아놓고 태우자는 말이 있었던 터라,
똥구르마에 자루와 갈퀴를 싣고 향해보는데 멧돼지가 간밤에 다녀간 듯 하다.
돼지감자가 심어졌던 곳을 또 파뒤집어 엎었다.
홍천에도 돼지열병에 걸린 멧돼지 사체가 발견되었다고 하던데...
많은 수렵활동이 있었어도 멧돼지는 봉분을 파헤치질 않나 점점 극성을 부리니 올 한해 농사도 걱정이 앞선다.
낙엽을 긁어모아 퇴비장으로 옮기길 몇차례
그리고 나서 삽으로 맨땅을 파엎으니 울엄니는 참깨씨앗을 들고 올라온다.
80여평을 삽으로 파뒤엎고 이랑을 만드니 삽과 호미에 단련된 몸도 갈증이 인다.
사실 이 산밑밭은 10여녀동안 잔대, 참취 등 나물밭으로 있었는데,
큰밭을 인삼밭으로 임대를 주면서부터 울엄닌 이곳에 작년부터 들깨를 심었다.
부추와 명이나물만 놓아두고 옮길 것은 옮기고 파뒤집어 참깨를 심었다.
"엄니! 힘드시겠어요."
빈 몸으로도 산밑밭에 가는 도중 쉬었다 가는 울엄닌
"네가 힘들지. 난 괜찮아" 라 한다.
밭둑에선
봄맞이꽃과 점나도나물꽃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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