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계산상엔
텃밭과 뒷밭이 트랙터로 갈리워지길 바랬다.
그러나
아침서리를 걷어낸 주말의 모습은 지난 주 모습 그대로였다.
로타리가 쳐졌다면 호미들고 옥수수를 심었을텐데...
틀어진 주말일을 달래려 뒷산을 오르기로 한다.
해마다 고사리를 찾아 오르던 길,
오래전엔
그러니까 초등시절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아부지를 쫓아
지게를 걸머지고 산을 오르던 그 길이었는데,
이젠 함께 올랐던 그전의 아부지 나이를 넘어서 땔나무가 아닌 산나물을 보러가는 시간이
세월을 재어보게 한다.
등로길을 안내하듯 쫓기우는 작은 산새들은 그런 마음을 알까?
올라왔을까?
해마다 고사리를 꺾던 자리에 가보니 고사리 한두개가 인사를 한다.
돌아오는 주말에 오면 많은 친구들을 볼 수 있단다.
고사리는 다음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내려서는 길에 두릅이 제법 보였던 자리로 들어서본다.
앞섰던 선객에겐 잎을 펴지않았던 모양이다.
잎을 펴고있는 두릅을 가족이 먹으리만치 한 줌을 취하고
내일이면 펼 두릅은 내 발길을 뒤쫓을 산객 누군가를 위해 놓아두었다.
산을 내려서서 밭도랑을 치자니 지난주말 비에 물이 흘러 그도 안될 것 같고...
한식 절기에 아부지 산소에 가서 주변정리와 풀을 뽑았지만,
다시 한번 가서 풀을 뽑기로 한다.
군데군데 돋아나는 세포아풀, 쇠뜨기, 민들레 등을 뽑아내다 보니
어둑해지는 공간으로 개구리들이 노래를 할 준비를 하고있다.
두릅을 푹 데쳐 맛을 보던 울엄니,
휴일 뒷산 골짜기를 다녀왔다며 까만 비닐봉지를 내려놓는데
그 안에는 개미취, 어린 참취, 잔대싹 등이 있었다.
위험하게 산에는 왜가냐고 묻는데
누구네 산소는 뭐가 파놓았는지 무서워서 올라가지 못하고 그냥 왔다고...
그러면서 손수 채취한 나물은 춘천으로 갈 때 가져가란다.
돼지열병 방제책으로 멧돼지 수렵을 허가했지만,
아무래도 역부족인 듯 싶다.
봉분을 파놓은 놈은 멧돼지였다.
비 예보도 있고 해서 장화발로 헤쳐진 봉분을 메우긴 했는데,
탈이 없길 바랄 뿐이다.
몸도 그렇지만
마음마저도 세월 앞에 약해졌음일까?
파헤쳐진 무덤에 무서움을 안고 내려선 울엄니...
젊은 날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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