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 같았으면 지금의 시기에 옥수수 1차파종에 나섰을 듯 한데
아침기온이 영하를 넘나들며 매일같이 하얗게 서리가 내리니...
오랜만에 시골 뒷산의 봄을 살펴본다.
지난 해 고사리를 꺾으러 올라본 후로 다시 올라보니 군데군데 간벌이 많이 되어있었다.
추운 날씨에 제대로 피지못한 진달래가 곳곳에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돼지열병 예방을 위한 수렵허가가 겨울철 동안 난 흔적일까 더러는 엽총의 탄피가 눈에 뜨인다.
매년 산중의 봄맛을 알리던 두릅은 이제사 봄빛을 맞을 준비를 하고...
골짜기로 내려서 쪼그려앉아 괭이눈을 살필 때
주먹만한 돌이 등뒤로 굴러내린다.
예전 같았으면 머리가 쭈뼛거렸을 테지만, 산새들이 톡톡 뛰어다니다 돌을 건드린 모양이다 하며 무심한 듯
다시 괭이눈을 살핀다.
산괴불주머니도 꽃을 세우고...
처음,
그러니까 약초에 관심을 두던...
그 때는 이 바디나물(연삼)을 보고도 가슴이 설레었었다.
부근에 참고비가 있어 끊으려 내려섰던 곳,
노랗게 꽃을 피우고 섰던 동의나물도 그 자리에 서서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고,
그 옆에선 이끼가 나무사이로 내려선 봄빛을 받고
지금은 자기가 더 예쁘다고 동의나물에 자랑하고 있었다.
이끼와 동의나물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서있던 처녀치마는
봄빛 앞에서 고개를 쭈욱 내밀고 꽃단장을 준비하고 있고,
개별꽃은 돌 위의 이끼를 방석삼아 앉았다.
골짜기 아무데나 선 볼품없던 나무는
슬그머니 이끼를 끌어안고
" 나 어때! " 하는 듯,
봄치장을 나서는 식물들에 부러움이 나서일까?
수렵을 피한 듯한 멧돼지가 목욕을 한 흔적이...
잠시
진달래를 스친 바람을 볼에 대어보고...
2~3시간 산중의 봄을 엿보고
산을 내려선다.
노인 일자리로 마을길 청소에 나섰던 울엄니는
그제사 집에 들어섰다.
토막난 주말과 휴일의 시간
인삼밭으로 임대를 준 큰밭 도랑에 쌓인 낙엽들을 쳐내고,
일주일 전부터 부화하려 알을 품고 있는 3마리의 암탉들에게
옥수수알을 한움큼씩 집어주고 마감한다.
<처녀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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