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비가 없는 날이였던 것 같다.
주말 시골로 가자마자 거의 매일같이 멧돼지가 내려와 분탕질을 해놓는 들깨밭에 아직 정리되지 않은
옥수수를 따내려고 하자, 울엄닌 하루 더 말리고 휴일에 따들이라 한다.
보름동안 거의 매일같이 오락가락 하는 비를 보다, 주말의 햇살은 땀을 불렀지만
그래도 좋다.
한달여 동안 옥수수를 따내느라 다른 곳을 돌볼 틈이 없다 보니 밭둑에 풀도 무성하게 자랐다.
예초기로 밭둑을 돌려깎고...
고추밭에 쪼그려앉아 고추를 딴다.
자주 내리는 비에 약방제도 못하고 따내지도 못하다 보니, 물커져 떨어져버린 홍고추가 너무나 많다.
탄저병도 심하고... 고추를 두물째 따내는데 올해 고추수확은 이것으로 끝일 것 같다.
첫물 고추를 하나하나 펴 널고
두물 고추를 차양막 덮은 곳에다 펴 넌다.
왼쪽이 울엄니 오른쪽이 내솜씨..^^
해가 지날수록 기운을 점점 잃어가는 울엄니,
당신이 보는 눈에는 자식의 일머리가 아직 많이 부족한가 보다.
일은 많고 자식이 하는 일이 맘에 들지 않으니,
" 일을 꺼꾸로 한다."
" ..... "
들깨밭에 서있던 군데군데의 옥수수를 따내 껍질을 벗겨 마당 한켠에 파레트를 놓고 그 위에 옥수수토생이를 놓고,
빈 옥수수대궁을 베어넘긴다.
해가 짧아지니 그도 다 못하고...
월요일 아침일찍 그 일을 끝내고 출근하기로 마음을 잡는다.
지난 주,
'꺼---' 소리를 내며 새벽울음을 연습하던 중닭이 된 숫병아리가
새벽 제법 '꼬끼요~오' 소리를 낸다.
장닭이 소프라노 소리라면 숫병아리는 테너 소리다.
사방은 풀벌레 소리로 어둠을 채우고
잔뜩 찌푸린 하늘은 새벽별을 감춰놓았다.
낫을 들고 밭으로 향하는 나에게 울엄닌 나중에 당신이 한다고 놔두라고...
밝아오는 아침
한시간 남짓 옥수수대궁을 베어넘기고
춘천으로 출근을 한다.
(사진 위쪽으로는 개가 매여있어 괜찮은데
사진 아래쪽으로는 멧돼지가 옥수수를 따먹느라 들깨가 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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