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마지막 주와 9월 첫째 주에 아버지 산소와 조부모 산소, 그리고 가까이 있는 조상묘 2기의 벌초를 하였지만,
고조부를 비롯한 5촌 당숙들의 조상묘 벌초를 추석 지나서 하기로 일정이 잡혀 이번 주말에야 때늦은 벌초를 마친다.
벌초한 지 3주가 된 조부모 산소는 풀이 훌쩍 자랐기에
다시한번 풀들에 예초기를 들이대고...
당숙들과 6촌 형제들이 벌초를 끝내고 떠난 시골엔
끝물 고추를 따내야 하지만,
그동안 수확한 고추가 충분할 것 같아 허세를 부리듯 시간이 되면 수확하기로 하고
먹을꺼리로 심었던 토마토 옆의 빈 고랑에 파종했던 땅콩을 캐어내고 한가로움을 갖기로 한다.
올 4월 말에 부화한 병아리닭들이 울 뒤 산에서 잘 놀고 있나 살피던 곳엔
3년 전 종균을 박아두었던 표고목에서 마지막 버섯을 올리고 있었다.
표고 모습에
혹시나 하고 해마다 뽕나무버섯이 올라오던 밭가의 산을 둘러보니
뽕나무버섯은 고사하고 그 흔하게 줍던 산밤이나 도토리도 없다.
(2023년 뽕나무 버섯)
밭을 둘러보는 길
꼬투리를 밀어올리며 꽃을 피우던 들깨는
비바람에 누워버렸지만 어느 새 노란 단풍잎으로 물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바라보는 주말농군은
쓰러져 버린 들깨에
베고 털어 낼 일에 걱정을 앞세운다.
23년전 이 즈음에
세상을 달리한 아버지.
밭 언저리 어느 곳에서나 살아생전 모습이 또렷한데
끄집어 낸 마음은 그리움이 되어 버린다.
한낮의 가을빛
그 왕성함에 아직 열기(熱氣)를 느끼지만
바람과 함께 찾은 그늘은
시원함에 열기를 찾을 수 없다.
가을은 그렇게 시절을 두며
한걸음 더 내딛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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