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추위에 울엄니 혼자 김장을 할 배추들을 절일까 하는 생각에
누이들에게 금요일부터 시간을 내어달라고...
시골향을 이룬 주말은 다행히 날씨가 풀려 절여놓았던 배추를 씻어 김장김치를 하는데는
추위에 힘든 일이 없었다.
누이들이 김장을 하는 동안,
집안 곳곳을 정리하며 청소를 하는데 헛간속에 숨어들었던 골방쥐가 도망을 한다.
헛간의 물건들을 옮기며 청소를 하는데 손가락 굵기만한 새끼쥐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진다.
장화발로 사정없이 밟아 6마리 중 5마리를 잡고 보니 집쥐가 아닌 들쥐다.
좀전에 도망을 했던 쥐는 골방쥐가 아닌 들쥐의 어미였던 모양이다.
누이들이 내려와 김장을 해서 아무것도 하지않았다는 울엄니
어디 그랬을까?
배추를 절이고 뒷설거지 하느라 꽤나 몸을 움직였을 거다.
2박 3일의 김장일을 마치고 떠나는 누이들에
울엄니는 들깨 한말 분량의 들기름, 고구마 1박스, 계란 1판, 고춧가루 1봉지씩 내어준다.
누이들이 떠나고
울 뒤에서 햇빛을 쬐던 닭들이 내려와 모이를 쪼며 빈 마당을 채운다.
자식들이 찾았던 고향은
늘 빈둥지 같은 것.
김장추위에 걱정을 했던 울엄니는 다행이라며
따뜻한 오후가 아쉬웠던지
어디 밭둑에 고들빼기를 캐러간다는 뒷모습을 보고,
연탄불을 갈아넣고 시골을 나서는데...
한무리의 때까치들이 마당 주위의 대추나무로 날아들어
힘들게 붙어있던 대추들을 물고 간다.
그들의 날개짓에 대추들도 낙엽 떨어지 듯
후두둑...
때까치(물까치)들이 대추를 떨궈내듯
나 또한 가을의 주말 하나를 떨궈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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