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휴일이 있어 평소와는 다른 주말,
들깨를 여유있게 베어넘기고 한글날이 있는 내주(來週)에 들깨를 털 셈을 하고 있었는데
옥수수 밑거름을 먹고 키를 훌쩍 키우던 들깨는 지난 9월 두어차례 내린 세찬 비에 이리저리 쓸려
베어넘기는데 시간을 잡아먹고...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강원 영서지방에 비예보까지 있으니
베어넘기자니 3일 동안의 비에 들깨가 싹이 틀 걱정이 있고, 그냥 놓아두고 다음 주에 베어넘기자니
들깨가 너무 여물어 후두둑 떨어질 듯 하고 여튼 딜레마에 빠졌다.
다음 주말까지 두어보자는 울엄니 말에
들깨밭을 나서 고추를 따내는데 울엄닌 엊그제 땄는데 그 새 또 빨간고추가 있다고...
올핸 고추가 풍작이다 보니
빨간 고추가 그만이길 바라는 모양이다.
밭 주위로 늘어선 잣나무
밭에 작물들에 그늘을 주어 성장에 방해를 주던 잣나무였지만,
이 시기엔 울엄니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주고 있다.
매일아침 남들보다 앞선 발걸음으로 떨어진 송이잣들을 주워
주말이 될 때마다 홍천읍내 곡물가게에 넘겨주고 오란다.
3주에 걸쳐 150kg 남짓 팔았다.
이 시기,
가을빛이 매일 찾아들어
날 것들을 말리고
알곡들을 여물켜야 하는데,
비가 너무 잦다.
여름의 수수밭은 멧돼지가 힘들게 하더니
가을의 들깨밭은 가을비가 힘들게 할 모양이다.
착잡한 마음으로 3일 연휴를 마감하고 춘천으로 향한 길엔
비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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