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벌초

돌처럼 2021. 9. 6. 10:40

 

 

열흘 가까이 지정대던 가을비에

멈추었던 고추따는 것을 주말의 계획으로 두었었는데...

 

시골에 도착해 보니

울엄니가 주중에 고추를 다 수확했다.

 

 

 

 

지난 주

조부모 산소 벌초를 해놓고

이번 주엔 아버지 산소를 벌초할 예정이었었지만,

고추 수확을 이미 해버렸으니...

 

 

집안이 모여서 벌초를 하던 선친묘를 깎기로 한다.

우선 집과 가까이에 있는 선친묘 4기의 벌초를 하고,

 

 

 

아버지 산소에 가본다.

5월부터 한달에 한번 벌초를 하였던 터라 잔디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그냥 놓아두면 추석을 지나면 보기가 싫을 것 같아 예초기질을 한번 더한다.

 

 

 

주중의 비바람에 내 키보다 키를 키웠던 들깨가 꽤나 쓰러졌다.

들깨숲에 숨었던 옥수수 한바구니를 따들이고,

6월 초 초석잠 고랑에 한 줌을 파종했던 찰옥수수를 따서 쪄먹으니

역시 여름옥수수맛보다 가을옥수수가 더 달다.

 

 

 

휴일아침,

건너마을 재 너머에 있는 고조부 산소를 깎자고 나섰는데

해가 갈수록 풀들의 크기도 더 커져만 간다.

 

 

 

고조부묘 밑에 위치한 백조부(伯祖父)의 묘가 있으니

그냥 둘 수도 없고...

집안이 모여 벌초를 할 때도 조부모의 산소가 이 곳에 가까이 있어 거의 내차지가 된 벌초일이지만,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를 핑계로  벌초모임이 없어졌으니,

이래저래 시골에 고향을 둔 내차지가 된 듯 하다.

 

 

 

세월이 흐른 탓일까

아니면 자손들의 정성이 부족했던 걸까.

봉분은 무너져 내리고 자리만 표시한 채 뜸해진 자손들의 발길만 기다리는 윗대의 할머니도 근처에 있다.

 

 

 

벌초를 마치고

시골집 들어선 마당엔 가을빛이 가득이고

울타리 주위로 선 대추나무 마다 달린 대추들은

가을빛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늘밑에 바람이

재채기를 부른다.

 

가을은 그렇게 여름을 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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