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주말에..(2020.3.7)

돌처럼 2020. 3. 8. 18:07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고

지난 주 울엄니 감기증세에 혹시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은 아닐까, 형제자매가 모여

울엄니 생신을 축하하는 일도 못다한 숙제마냥 그대로 지나쳤다.


지난 한 주 동안 안부전화에 혹시나 병세가 찾아든 대답이 되돌아 오지않을까 노심초사였는데,

다행히 감기증세는 물러난 듯 하다.


시골을 향한 주말

엔진톱을 들고 무게에 드다루지 못한 밭둑에 있는 은사시나무 등거지를 토막내어 집안으로 끌어드리고



바람에 숨어든 울 뒤 낙엽들을 치우고 정리하니 얼추 하루 해가 저문다.




내가 은사시나무를 끌어들이는 동안,

밭주위를 다니며 냉이, 고들빼기, 씀바귀를 캐냈던 울엄니는

씻고 다듬어 무쳐서 저녁반찬으로 내놓았다.


주말드라마를 사수하려던 울엄니,

끝내 밀려드는 피곤한 졸음에 이부자리 속으로 몸을 눕힌다.


구름에 가렸던 보름을 향한 달은

그제사 마당밖 대추나무 가지를 조심스레 넘으며 구름을 뚫고 나온다.



휴일,

닭장속의 닭들이 아침을 깨우니

박새, 딱새들은 울 주위에서 포롱이며 조잘대고

저 산너머에선 산비둘기가 제 짝들을 찾으며 구구대니

봄은 봄인가 보다.


알을 낳겠다고 개객거리는 암탉들에

닭장문을 열어놓고 옥수수알을 먹고 가라 던져놓으니,

옥수수알을 먹을까, 알을 낳으러 갈까 잠시 우왕좌왕하던 몇마리의 암탉들은 쏜살같이 알둥지로 향한다.

닭장 밖에 있던 수탉들이 웬 옥수수알이냐는 듯, 그들만이 신이 났다.


아침을 먹고

지난 가을 들깨를 털어내고 쌓여진 들깨섶을 다시 밭으로 펼쳐놓고...



해마다 옥수수대와 들깨섶 등으로 펼쳐놓고 로타리를 치는 울엄니 농사법에

많은 퇴비와 비료 등으로 농사를 짓는 이웃에 비해 소출량은 작아도

토질만큼은 푸실푸실하다.

여기에 가축분 퇴비를 구입해 펼치고 트랙터로 로타리를 칠 셈이다.


며칠 전에

참매가 내려서 암탉을 잡던 말을 들었는데,

그 탓에 놀라서일까?

뒷산에서 주로 노닐던 닭들은 집근처 앞밭에서 종종거리고 있다.




오늘 빛은

봄을 꽤나 끌어다 놓았다.


설렌 마음으로

봄을 마중나서는 새싹들을

마음 편히 볼 수 있도록,


코로나도 그만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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