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주말에..(2016.10.16)

돌처럼 2016. 10. 17. 08:54

 

 

자욱히 내린 안개가 시골향(向)의 발길을 더디게 하는 주말아침

시골에 도착하니,

' 둥 둥 둥...'

고무다라이를 엎어놓고 들깨를 터는 소리가 들려온다.

벌써 울엄니는 뒷밭에서 들깨를 털고 있는 모양이다.


일복으로 갈아입고 뒷밭을 가기전에 옆밭을 둘러보는데...

산비둘기가 이십여마리 들깨밭에서 날아오른다.

갑자기 비둘기가 미워진다.

봄에 고사리 꺽을때 산비둘기 집을 발견하고 그대로 두었었는데,

비둘기알을 없앨 걸 그랬나보다. ^^


도리깨를 찾아가지고 뒷밭을 향한다.

" 언제부터 들깨를 털었어요? "

울엄닌 아침을 먹고 바로 나온 모양이다.

들깨를 털기 시작하여 땅거미가 질때까지 털어도 350여평의 한밭떼기를 다 털지 못한다.

일요일은 비예보가 있기도 한데... 



비가 오면 쉬어간다는 울엄니,

지금까지 날이 궂으면 수확일에 걱정이던 마음이

그동안 한시도 쉴 틈이 일을 하다보니 어깨가 아프고 힘도 들다며 비 덕에 하루 쉬어갈 수 있다고 한다.

" 엄니, 비가오면 그나마 주말과 휴일 내가 일을 돕는 것을 못하쟎아요."

하니, 하루 쉬고나서 되는대로 털면 된다고 한다.


어둔 길에 들깨자루를 집안으로 들이고

저녁을 먹고 울엄니는 자야겠다며 이브자리를 편다.


밖을 나서보니 흐린하늘로 새어나온 달이 둥그렇게 달무리를 만든 것을 보니

일요일 비가 오긴 올 모양이다.

' 비 오면 안되는데... '

뉴스를 보니 강원 영서지방은 오후에 조금 온다고 한다.

' 내일 일찍부터 비가 오기전까지 조금이라도 털어내야겠다. '  고 생각을 하며...


고단함이었을까?

울엄니 꿈에 누구에게 말하는지 모르지만

" 식사를 하고 벼를 베러 가세요. 여기 상차려놓았어요. " 라며 잠꼬대를 한다.



이튿날,

아침을 먹고 안개숲에 들깨를 털러 나간다.

비 덕에 쉰다는 울엄니도 따라 나선다.

쉬고 싶은 울엄니에게 괜스레 미안해진다.

그래도 주말에만 일을 도울 수 있는 나로서는 조금이라도 울엄니 일을 덜어드릴까 하고

잔뜩 흐린 모습에 비가 내릴까 노심초사하며 부산을 떨어본다.

간간히 옆밭에 가서 산비둘기도 쫓으며...


오후 3시쯤 점심을 먹고 하자는 울엄니 말에

" 예. 점심먹고 하죠. 점심먹는 사이 비가 오는 건 아니겠지? "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비가 한방울 두방울 떨어진다.

하늘이 내마음을 읽고 비를 참아내는 것 같았는데..  점심먹고 하자는 말에

' 이제 도저히 못참겠다.' 하며 비를 내리는 모양이다.

부리나케 턴 들깨를 마대자루에 담아 집안으로 들이고...

늦은 점심을 한다.


결국 몇아름 남긴 채 한밭떼기 들깨타작을 못한다.

저거 마저 털때까지 비가 참아주었으면 하늘을 이뻐할 건데...^^



밭둑에 무리를 지은 개여뀌는 못다한 일에 대한 아쉬운 내마음을 알까? 


아침에 서리가 제법 내린다는 말에

고구마박스를 보일러실과 세면장 한켠에 들여놓고

밭둑에 선 대추나무에서 생대추를 몇알 따서 춘천을 향한다.


늦은 옥수수 수확으로 씨뿌린 만큼만 수확할 것 같은 들깨도 베어야 하고..

400여평과 200여평의 들깨도 털어야 되고...

울엄니 일에 지칠까 걱정되는 마음이다.



이른 단풍을 보이던 두릅나무는

벌써 낙엽을 보이고,

예초기에 수없이 베어져나가던 잡초는 마지막 꽃을 피워냈지만...

씨를 달기도 전에 서리를 맞고 삶을 마감하는 시간,


 

바쁜 시간속에서

가을은 그렇게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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