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寒氣)가 느껴진 어두운 방안에서 밖을 나서려는 울엄니,
주말 아침
시골에 도착해서 그동안 털어놓은 들깨를 선풍기로 티끌과 먼지를 날려보내려 준비하며
" 엄니! 오늘 바람이 불지말아야 할텐데..."
" 햇살 퍼지거든 해라."
토요일은 쭈욱 날이 흐렸습니다.
간간히 바람도 불고...
그래도 들깨를 마무리해야 다른 일을 마음편히 할 것 같아 부지런히 선풍기의 힘을 빌어봅니다.
거나 오후 3시 되어서야 선풍기로 들깨를 선별하는 작업이 마무리가 되네요.
정미소에 도정을 위한 옥수수알 자루를 던져놓고 친구네 사과농장을 기웃거려봅니다.
지난 9월이였던가요?
커다란 우박이 내려 피해를 보았는데 사과농장에도 크게 피해를 본 모양입니다.
우박에 맞은 사과가 많아 마음이 상해 돌보지 않았다는 친구의 탄식섞인 말에 사과나무를 올려다 보니 나무에 달린 사과가 거의 다 몸에 환부를 달고 매달려 있네요.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는 친구는 그냥 먹으라며 자루에 몇십개 담아서 건네줍니다.
" 시내에서 도려내는 게 많으면 버리는 것도 돈 주고 버려야 돼.. 그냥 상처없는 걸로 골라서 한박스만 줘"
- " 팔 건 하나도 없어. 내년에나 사 줘. "
받아든 비품의 사과자루마냥 미안함만 잔뜩 담아가지고 오고만 맙니다.
울엄니와 사과를 깍아먹으며 그러한 사정을 이야기하자
"좋은 사람인데 그렇게 안돼서..."
저녁을 먹고 졸음이 일찍 찾아오려는 찰나,
축협에 다니며 소를 키우는 친구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 저녁 잔뜩 먹었는데?"
-" 밥 주려고 전화한 거 아냐. 얼굴 보자고 전화 한거야. "
엄니한테 다녀온다고 말하고 차를 몰고 집을 나섭니다.
우사(牛舍)에 도착을 해보니 여러 고향친구들이 모여 있네요.
건네는 소주잔에...
도가니를 삶아 내놓는데...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추석밑서부터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먹으면 속이 엄청 쓰리고 아파서...
눈앞에 두고도 못먹는 심정, 그저 김치로만 달랬습니다.
친구들과 술한잔을 주거니받거니...
늦은 귀가에 제 이브자리를 펴놓고 다른 방에서 잠을 청하신 울엄니,
문여는 소리에 어서 자라며 다시 잠을 청합니다.
새벽
울 뒤쪽에 있는 개가 짖어 고라니가 내려와서 콩잎을 따먹는가보다 하고 나가보니
이웃집 밭에서 팥을 뜯어먹던 고라니가 후레쉬빛에 쫓겨 버적소리를 내며 산으로 향합니다.
찬공기 탓인지 올려다 본 하늘에 무수히 떠있는 별들도 시리게만 느껴집니다.
별들이 떠나고 아침이 오니
지붕없이 지낸 모든 것들은 하얗게 떨고 섰습니다.
서리를 맞고 선 나뭇잎들은
바람이 없어도
우수수.. 우수수...
가을을 일찍 보내고 있습니다.
쌀이 떨어졌다는 울엄니 말에
가정용도정기 운전 준비를 해놓은 후, 벼가마를 가져다 놓고 엄니에게 맡기고...
지난 주 베어넘긴 들깨를 털러 나섭니다.
월요일 비소식이 있으니 빨리 털어야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이네요.
3주에 걸친 들깨타작도 이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서산을 넘는 해도 동쪽산에 내일 보자며 밝은 모습을 보이며 가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추워야 제 세상이라고 떠드는 이 아이만 남았네요.
울엄니와 전
땅이 얼어야 쉼이 있는 시골일 듯 싶습니다.
서리가 내릴때 핀다고 해서 서리국화인가요?
아니면 꽃이 서리같이 하얗게 피어 서리국화인가요?
뒤란 울밑에 서리국화가 하얗게 피었습니다.
아마도 다음 주말에 이 아이를 찾으면 꽃잎은 스러지고 없겠지요.
그렇게 가을은 또 한발짝 가고 있겠지요.
연와송도 아직 일손을 놓지않은 꿀벌들에게 마지막 가을날을 맡기고
짙어가는 가을빛에 내년을 기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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