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江)을 안고 있는 읍(邑)은 청명한데
터널을 빠져 시골마을이 있는 면(面)을 들어서자 마자 아침안개가 자욱히 내리는 계절적 특징을 갖는 영귀미(詠歸美),
'노래를 부르면서 아름다운 곳으로 돌아온다.' 라는 동네로 초중시절 봄과 가을소풍을 단골로 향했던 수타사가 있다.
홍천군에서는 다음 주 초에 사과축제를 열지만, 영귀미면에서는 요즘 수타사 앞에서 사과 판매행사를 한다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평년 같았으면 들깨를 베고 1주일 후에 들깨털기를 하였는데, 올핸 들깨를 베어놓고 나서 잦은 비 탓에 2주만에 털게 되는데, 주말 시골에 도착하자 마자 울엄닌 도토리 방앗간부터 가자 한다.
들깨를 터는 일이 주말과 휴일에 혼자하는 일이라 휴일에 손아랫누이가 시간을 낸다 하니 그 때 손아랫누이와 같이 다녀오시라 했지만 그 고집(?)을 꺾지 못해 경기도와 접해 있다는 도토리 방앗간에 울엄니가 그동안 주워모은 도토리를 맡긴다.
도토리를 방앗간에 맡기고...
본격적으로 들깨를 털기 시작한다.
한아름씩 안아다 멍석에 깔아놓은 후 도리깨질을 하고
도리깨질 후
들깨 꼬투리나 부스러기를 쓸어내고,
다시 들깨를 한아름씩 가져다 놓고 도리깨질을 하고...
그렇게 털어내니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걸린다.
휴일 아침
일어나자 마자 울엄닌 도토리를 맡겨놓은 도토리방앗간 부터 다녀오자고...
들깨를 주말의 시간에 털어내기도 벅차니 오늘 올 손아랫누이와 다녀오라 하니
울엄닌 뿔이 났다.
도토리녹말을 햇빛에 널어 빨리 건조시켜야 하는데 이번 주말에 들깨털기를 마무리 하려는 자식에
마음이 상했던가 보다.
할 수 없이
다녀오자고 하니, 다 집어치우란다.
손아랫누이에 전화를 넣어
오는 일정이면 빨리 와서 울엄니와 방앗간에 다녀오길 부탁하고,
나는 들깨밭으로 향한다.
들깨를 털어내는 동안 편치않은 마음이 이어진다.
들깨를 털어내는 동안
울엄닌 손아랫누이와 도토리방앗간에서 찾아온 도토리녹말을 펴널고...
들깨털기를 마무리 짓고
선풍기로 들깨를 선별하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30여분만 참아주었으면 들깨선별도 마무리 짓겠구만...
결국은 마대자루 반 정도의 양을 선별 못하고
땅거미와 함께 주말을 마감한다.
난데없는 도리깨질을 피했을 도마뱀
오늘 나도 울엄니와의 언쟁(言爭)에 편치않은 하루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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