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과 경륜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지난 주에 캐야 했을 감자가 싹이 아직 완전히 죽지않았다고 더있다가 캐야 한다던 울엄니,
이번 주말에 내려가 보니
감자 6고랑 중 4고랑이 캐져있기에 물으니 감자가 썩어가서 전날에 울엄니 혼자 바삐 캤다고...
남은 두고랑을 캐내는데...
굵은 감자들이 썩어가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호미끝이 움직일 때마다 한짐씩 실린다.
2/3는 버린 듯...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 하고
8월에 김장배추를 심기 위해 감자고랑의 비닐을 다시 씌워놓는다.
감자를 캐고 나서
고추 고랑에 풀이 푸르게 싹을 틔워올리기에 선호미로 긁어놓고
산밑밭으로 가서도 땅콩고랑에 풀을 뽑는다.
안개가 걷히고 이슬이 마르기를 기다려
고추밭에 탄저병약과 칼슘제를 치고,
임대를 준 인삼밭 둘레를 예초기로 깎았다.
땀범벅이 된 작업복이 내 땀이지만 향기롭지 못함이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옷이 땀에 젖는 것은 기본,
여나문개 모종으로 사다 심은 대추토마토를 따서 갈증을 풀어낸다.
지난 밤,
이웃마을 옥수수밭엔 멧돼지가 들어 옥수수를 망가뜨리기 시작했단다.
유해조수포획단으로 활동하는 선배가 와서 울집 옥수수밭에는 오지 않았냐고...
이제사 토생이를 달은 울집 옥수수는 아직이지만
곧 여물 쯤이면 멧돼지가 들어서는 것은 자명하다.
뭔가 짓누르는 마음의 한편으로는 유해조수 포획단이 울집 옥수수가 여물기 전에 잡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며
옥수수 고랑사이로 새파랗게 올라오는 풀들을 선호미로 긁어놓는다.
한참 후,
장맛비가 희살짓 듯 세차게 지나는데
닭장을 나섰던 병아리들이 어쩔 줄 모르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내 마음도 너희들과 별 반 다를 것 없는 것을.
긁혀졌던 풀들이 장맛비의 힘을 빌어
뿌리를 다시 땅에 붙히겠네.
전날 밤 고요함에 속삭이던 소쩍새
네 말을 믿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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