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주말에..(2021.12.25)

돌처럼 2021. 12. 26. 17:24

 

점점이 뿌렸던 눈들이 강추위에 땅으로 녹아들지 못하고

달리는 차들에 의해 먼지 마냥 흩어져 버리는 크리스마스 날,

 

2주만에 찾은 시골집도 아늑히 내려앉은 겨울빛에 아랑곳 없이 웅크리고 있었다.

 

한무더기 쌓인 연탄재를 움푹 꺼인 밭둑으로 실어내 부셔놓고

나서기 싫은 닭들을 놀라지 않게 조심스레 닭장을 청소하고 나니,

울엄닌 점심을 준비하고 계셨다.

 

연탄보일러의 따스한 기온이 방바닥을 붙잡고 있으니

특별히 할 일 없는 주말객엔 졸음이 찾아드는데...

 

톱과 낫을 들고 뒷밭 산둑쪽으로 내려서는 잡목들을 깎아내볼 요량으로 나서본다.

 

 

2년 전에 은사시나무를 베어넘겼더니

그 자리에 새순이 나서 자라기도 하고, 아카시 나무가 기세좋게 번지고 있다.

 

마스크를 빠져나온 입김이 앞머리카락에 고드름을 달아도

은사시나무와 아카시 나무를 깎아내는 데는 추위도 잊는다.

 

 

춥다며 짧은 해는 일찍 서산을 넘고

솔잎은 바람이 차다고 아우성을 치는 밤,

 

TV앞에 힘겹게 졸음을 떨쳐내던 울엄닌 

결국 잠을 청하는데...

잔기침을 하며 뒤척인다.

침대에 놓여진 약봉지를 보니 아마도 저녁밥을 먹고 나서 먹은 약이 

늘상 먹었던 당뇨약이 아니라 감기약이었던 모양이었다.

 

밤이 깊어지고,

연탄불을 갈고 나서 소피를 보는데

떠오른 달님에게 들켜버렸다.

얼른 바지를 추스리고 집안으로 들어섰는데

아침은 꽤나 춥겠다.

 

주말을 그렇게 보내고 보니

신축년의 마지막 주말,

 

설령, 삶에 지치고 힘들었어도

건강을 소망하며

또 세월의 시간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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