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까지만 해도 한겨울의 주말엔 시골로 향하지 않고
도시 근교산을 오르곤 했었는데,
해가 지날 수록 기운을 잃어가는 울엄니 생활의 걱정에
주말이 되면 으례 시골을 찾는다.
삶이 무어라고
가난을 탈피하려 아끼고 또 아꼈던 생활들을 버리지 못하고
불문(火門)을 맘껏 열지 못한 연탄보일러의 온기가 사라질까 이불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걸까.
'기름보일러가 돌아가면 돈이 없어지는 소리' 라더니,
18도에 설정되었던 기름보일러의 온도조절기는 10도에 맞춰져 있고...
~~
새벽,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는 고라니의 울음소리가 잠을 깨우고
덩달아 닭장속의 수탉도 동틈을 알린다.
겨울바람을 피해 날아든 뒤란의 낙엽을 쓸어내고
산밑밭을 어슬렁거려 보는데 그 길엔 여전히 멧돼지가 다니는가 보다.
쌓인 낙엽들을 들쑤셔놓고...
오고 간 흔적이 많아 그 발자국을 따라 가다 보니
지난 여름 산밑 밭머리에 올무를 설치해 놓은 곳으로 향한다.
옥수수밭을 헤집던 멧돼지는 설치한 올무를 비웃기라도 하듯,
진흙목욕을 하고 그 곳에서 등을 긁고 가곤 했는데...
그래서 새벽에 울어댔을까?
멧돼지가 걸리기를 바랬던 그 올무에 고라니가 걸려있었다.
살생에 착잡한 마음이지만
난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고 그냥 내려선다.
고라니나 노루, 멧돼지 때문에 그들이 탐하지 못하도록 울타리망을 설치하고
그곳을 뚫은 그들의 분탕질에 작물의 재배를 포기할 정도이니,
온전한 생을 하지 못하는 그들도 그냥 운명이려니 여기며...
~~
주말,
시골을 향한 삶과
야생조수들의 피해를 변명하며
그들의 삶에 무감각해진 것이
나 또한 올가미에 씌어진 삶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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