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주말에..(2019.11.16)

돌처럼 2019. 11. 17. 20:30




김장 담그는 날이면

방앗간에서 왕겨도 가져오고, 볏짚으로 이영도 엮고, 뒤란 한켠에 땅도 파서 김치독을 묻을 준비에,


지금이야 냉장고 덕에 그런 수고로움은 없어졌지만

아직까지 김장은 겨울에 들어서기 전 큰 행사임엔 틀림이 없다.


멀리

누이들이 도착하는 것을 기다리며

김장에 맞춰 준비한 부재료들을 실은 택배차량도 시골을 찾는다.


삶의 뒤안길에 말로 표현하기엔 부족함이 있었을까.

침묵으로만 바라보는...

그 속에는 무한의 진중함이 느껴지는 듯한

묵언(默言)의 바다.


김장 부재료들을 실은 택배차량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을 담아 함께 보내왔다.




누이들이 도착하여 부산함이 더해갈 수록

김장통을 채워가는 향들이 저물도록 채워져간다.


김장배추와 함께 있던 초석잠만이

이제 오롯이 큰 밭을 지키고 섰다.




김장을 마치고

늦도록 방안의 두런거림을 살피던 어둠은

심심했던지...

뿌옇게 안개를 내려놓으며 늦게 떠오르는 달을 감추며 방안을 살핀다.



휴일 이른 새벽

누이에게 닭을 들려 보낼 마음의 어머니는

닭장 밖에서 지샌 수탉들을 훔쳐보는데...

수탉들이 어머니의 느린 몸동작을 봐줄리 만무하다.


참았던 가을은

비를 쏟아내고,

먼 길이라 여겼던 누이들은 서둘러 길을 나선다.


가족을 기다리며

김장준비에 여념이 없었던 울엄니,

밑둥만을 남긴

배추들의 모습으로 고향을 지키는 건 아니겠지?




김장을 끝낸 편안함일까?

아니면 왁자지껄속의 적적함일까.


빗소리는 그칠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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