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울 뒤에는 벚나무가 있다.
원래 두그루였었는데, 한그루는 30년 전에 고사를 하고...
짐작으로 지금 남아있는 저 벚나무가 고사된 벚나무의 후손인 듯 싶다.
초근목피(草根木皮)로 끼니를 채우던 시절에 나무들의 열매가 열리는 계절이 기다려지곤 했었다.
그 기다림에 제일 먼저 다가서는 것이 벚나무 열매,
벚나무 열매가 떨어지고 나면 앵두나무, 고야라 불리는 자두나무 순으로 8월까지 허기를 달래주었다.
앵두나무와 고야나무는 집집마다 울 주위로 다 있어 자기집 열매를 따먹는 것에 충족했지만,
벚나무 만큼은 우리 시골집 밖에 없는 터라 꽤나 동네아이들로부터 인기있는 열매였다.
작은 몸집으로 벚나무에 기어올라 벚열매를 따먹다가 부러지는 가지와 함께 떨어지기도 하고,
어찌 올랐는지 벚나무 가지사이로 보이는 뱀에 놀라 뛰어내리기도 하고...
그 벚나무도 세월을 어찌하지 못하고 일부 가지는 고목의 흔적을 보이며 사라지기도 하며
남은 가지를 힘없이 땅으로 내려뜨린 채 열매를 맺고 있다.
덕분에 나무에 오르지않고도 벚 열매를 따먹는 호사를 누리는데...
어린 시절에 또래의 동네아이들과 따먹던 그 맛이나
지금 땅으로 늘어뜨린 가지에서 따먹는 그 맛은 변함이 없는데,
왁자지껄하게 벚나무 가지를 붙잡는 아이들의 모습은
굵어진 벚나무 만큼이나 오래된 기억으로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