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일이 없어도 시골향을 이루는 것을 보니,
주말에 시골가는 것도 일상인가 보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연차휴가를 내어 들깨를 베고 털어내고 할 것을...
여름철 폭염과 가뭄으로 메마른 땅에 들깨를 내지 못했으니
마음은 애석해도 몸이 편한 요즘의 시간이다.
서늘해진 날씨에 일찍 방문을 나서지 못하는 울엄니에 왔다고 얼굴을 뵈이고
밭머리의 산밤나무에 서성거려 보려 안개가 자욱한 밭둑길을 올라본다.
산밤도 이젠 거의 가을을 떨구고 빈 밤송이만으로 한 해의 수고를 놓는다.
민자주방망이버섯(가지버섯)을 몇개 손에 넣고
집에 내려와서 닭장문을 여니 닭들은 활개를 치며 울 뒤를 향한다.
알을 어떻게 찾을거냐 걱정을 담은 울엄니의 말에 다 찾아 놓을거란 나의 대답에 '퍽이나~' 하는 울엄니의 표정이다.
사각거리는 마지막 파종지의 마른 옥수수대를 베어넘기고,
전부터 거둬들이라는 멧돼지를 막을 요량으로 쳐놓은 그물망을 일부 거둬들이고...
날씨가 차오는 만큼
방바닥도 차서 기름보일러를 돌리자 하니,
한푼이라도 아낄까 하는 울엄니 탓에 기름보일러를 가동하기엔 요원한 것 같으니...
연탄보일러 청소를 해놓는다.
연탄불을 넣는 것도 놔두란다.
마당에 내려앉은 고추잠자리
사실 내려앉았다기 보다 힘을 잃은 날개짓에 떨어진 모습이다.
고추잠자리의 모습에서 가을이 떠나고 있음을...
닭장을 청소하고
울 뒤에 가서 병아리닭들을 가만 지켜보고 있노라니
몇마리의 병아리닭들이 알 낳을 곳을 찾는 것 같다.
조그만 나뭇낟가리에 몇차례나 오르락내리락..
소나무 낙엽을 한움큼 걷어들여 그곳에 놓아주고 주말을 마감지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 그 곳에서 알 2개 꺼내왔다." 하는 울엄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미닭들이야 울엄니 사정권에 알을 낳으니
닭장문을 나서기가 자유롭지만,
병아리닭들의 알 수거가 쉽지않은 만큼
그들도 닭장문을 나서기가 쉽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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