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포근하니 가을철 마냥 연일 자욱한 안개는 아침을 숨기고 중천을 오르고서야 해는 기지개를 펴고 주말을 살핀다. 산밑 밭머리에 설치해 놓은 멧돼지 올무에 별일이 없을까 둘러보다 그대로 뒷산을 치고오른다 오색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대는 소리가 장식을 다 떨궈낸 나무들 사이를 비집고 나올 때, 마를대로 마른 잣송이를 집어든 청설모 한마리가 인기척을 느끼고 잣나무로 올려뛰고, 덩달아 소나무 가지에 앉아 쉬던 산비둘기들이 푸덕대며 날고 박새들은 작은 소리로 조잘대며 톡톡 날으는데... 겨울 산속에도 나름 분주함이 있었다. 이들 분주함과는 달리 무엇을 기다림일까 아니면 떠나지 못함일까 자작나무 앞 우산나물은 초췌한 모습으로 서고... 소나무에 이끼를 덮고 있던 일엽초도 이젠 웅크리고 만다. 치장을 걷어낸 나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