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끝이 비에 묻어갔는지 지리하게 내리던 비가 그치니 갑자기 가을속으로 들어선 듯 하다. 햇빛이 내려선 마당은 뜨겁고 처마 그늘이 내려앉은 봉당은 살짝 일렁이는 바람에도 시원하다. 물커 떨어지던 고추도 이젠 파란하늘에서 부서져 쏟아지는 햇빛을 담아내고 있고, 비닐하우스 안에 널려진 고추도 고운 색을 준비한다. 질퍽이던 밭에서 마지못해 서있던 들깨들도 곧 꽃대를 세울 듯 싶고... 밤공기도 시원하다 못해 제법 차다. 곧 밝게 빛나는 별들도 시리게 다가설 듯, 사실 금요일 휴가를 내어 주말까지 3일 동안, 고추를 따내고 이제는 들깨밭으로 변해버린 밭에서 옥수수를 따들이고 나서 옥수수 대궁을 베어넘기고 벌초까지 바쁜 시간이었다. 다행히 올해엔 운수업(버스)에 종사하고 있는 아우의 휴가가 운좋게 맞아 벌초는 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