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7

주말에..(2022.8.27)

여름끝이 비에 묻어갔는지 지리하게 내리던 비가 그치니 갑자기 가을속으로 들어선 듯 하다. 햇빛이 내려선 마당은 뜨겁고 처마 그늘이 내려앉은 봉당은 살짝 일렁이는 바람에도 시원하다. 물커 떨어지던 고추도 이젠 파란하늘에서 부서져 쏟아지는 햇빛을 담아내고 있고, 비닐하우스 안에 널려진 고추도 고운 색을 준비한다. 질퍽이던 밭에서 마지못해 서있던 들깨들도 곧 꽃대를 세울 듯 싶고... 밤공기도 시원하다 못해 제법 차다. 곧 밝게 빛나는 별들도 시리게 다가설 듯, 사실 금요일 휴가를 내어 주말까지 3일 동안, 고추를 따내고 이제는 들깨밭으로 변해버린 밭에서 옥수수를 따들이고 나서 옥수수 대궁을 베어넘기고 벌초까지 바쁜 시간이었다. 다행히 올해엔 운수업(버스)에 종사하고 있는 아우의 휴가가 운좋게 맞아 벌초는 쉽..

나의 이야기 2022.08.28

주말에..(2022.7.30)

가뭄으로부터 시작해서 장마가 오면서 잦은 비와 옥수수가 여물어가면서 멧돼지, 어치, 때까치 등 유해조수들이 걱정을 주던 시간들, 그 걱정을 끝내는 수확이 있는 옥수수밭엔 택배가 없는 주말과 또다시 내리는 비의 방해가 있었다. 그 방해를 피하다 보니 옥수수는 속절없이 수확의 때를 놓치고... 따내지 못한 옥수수 대궁은 들깨를 위해 잎을 떼어내고 따내어 빈 옥수수 대궁은 베어 들깨고랑으로 깐다. 비가 오기 전에 첫물 고추 조금 따서 놓고, 아버지 산소에 가서 세번째 풀을 깎는다. 조금만 꼼지락거려도 땀으로 축낸 갈증에 금새 허덕이는 몸, 주말이 짧기만 하다. 옥수수를 따내려 휴가를 냈을 때, 감자 두고랑을 캤는데... 수미감자는 보기좋게 수확이 되었지만 시험삼아 심어본 홍감자는 감자꼴이 아니다. 입추 절기에..

나의 이야기 2022.07.31

주말에..(2020.7.18)

노루가 콩순을 다 잘라먹었다고 그래서 울타리를 쳐야 될 것 같다며 주말을 기다린 울엄니, 시골향을 이루고 보니 울엄닌 닭들이 이웃집으로 향하지 못하게 울 뒤쪽에 쳐놓았던 망을 텃밭으로 돌려놓아 노루나 고라니들이 텃밭으로 들어서지 못하게 해놓았다. 울타리망을 하지않아도 되겠다 하니 밭은 안해도 되지만 이웃집으로 닭들이 가지못하게 망을 설치해야 할 것 같다고... 주중에 세찬 소나기가 있었다. 그 세찬 비에 인삼밭 초비들은 견디지 못하고 파도가 지난 것처럼 누워버렸다. 옥수수밭에서 들깨모종을 심던 울엄니도 세찬 소나기를 피하려 서둘다 엎어졌다는데 상체에 담결린 듯한 통증에 몸동작이 힘들단다. 이래저래 속은 시끄러운데 산까치떼들이 옥수수밭으로 날아들며 시끄럽게 울어댄다. 저 놈들이 옥수수가 익어가니 간을 보려..

나의 이야기 2020.07.19

주말에..(2020.7.12)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큰아이가 내려와 밥 한끼를 먹자는 말에 모처럼 시골향(向)을 주말이 아닌 휴일로 잡는다. 거나 1녀여 만에 찾아온 손녀를 울엄닌 반갑게 맞이하고... 수돗가 위 책꽂이에 딱새둥지의 동태를 살피니 쥐죽은 듯 조용하다. 일주일 사이에 날아서 둥지를 떠날리는 만무할 텐데... 손을 살짝 넣어보니 납작 엎드린 딱새의 새끼들이 만져진다. 새끼들이 접촉을 느끼면 먹이를 달라고 부리를 하늘로 쳐들고 입을 벌릴텐데 엎드린 채로 미동도 않는다. 혹시 어미새가 사고로 없어진 건 아닐까 하고 새끼 한마리를 들어보는데 미동도 없던 새끼가 집어든 손가락에서 빠져나가 책꽂이 귀퉁이로 향한다. 살아있다는 안심(安心)을 두고, 점심을 산다는 큰아이의 시간을 울엄니와 준비하라 하고 고추밭으로 달려가 탄저병에 ..

나의 이야기 2020.07.13

주말에...(2020.7.4)

뻐꾸기 소리와 꾀꼬리 소리를 들은 지가 언제였던가? 한낮 애매미 울음소리가 뻐꾸기 소리와 꾀꼬리 소리보다 더 잘들리는 것을 보니, 한여름에 접어든 것 같다. 지난 봄에 부화한 병아리들이 꽤나 컸다. 저들 무리의 소리는 아직 병아리 소리지만, 간혹 어른 수탉 울음소리를 준비하며 가다듬는 소리도 들린다. 닭장에서 나서자마자 울 뒤로 올려뛰어 한참동안이나 노닐다가 점심때 쯤 모이를 달라며 마당으로 내려선다. 마루에 앉아 저들을 한참이나 지켜보다가... 아! 맞다. 수돗가 바로 위 책꽂이에 딱새가 포란 중인데... 생각이 나서 살펴보니... 어미새와 나는 서로 빤히 바라보고 선다. 나는 어미새가 예뻐서, 어미새는 내가 어서 지나가기를 바라며... 자리를 비켜주니 어미새는 그제사 새끼들에게 물어다 줄 먹이를 찾아..

나의 이야기 2020.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