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주말에..(2024.12.7.)

돌처럼 2024. 12. 8. 16:41

 

 

 

5도2촌의 주말,

특별히 할 일은 없어도 울엄니의 안부를 묻고자 여지없이 시골향(向)을 이룬다.

 

겨울빛이 시려오는 만큼

검푸른 동해바다 처럼 하늘은 더 파래지고

그 아래

땅으로 쏟아지는 겨울빛을 눈부시게 받던 은사시나무는

버섯 하나를 댕강 내보인다.

 

 

 

은사시상황 유혹의 덫에 걸린 시선은

좀 더 주위를 살피고...

 

 

 

닭장문을 나서 울 뒤 산으로 내뺀 닭들은

느닷없이 나타난 매의 출현에 여기저기 풀숲으로 숨어들고

미처 숨지 못한 수탉들은 잡목속으로 들어가 위험을 알리는 소리에

얼른 울 뒤로 돌아서니

은사시나무에 앉았던 매는 골짜기로 날아간다.

 

닭들도 볼 겸

울 뒤 잡목들을 깎다 보니

편해졌음일까?

 

닭들은 잡목속에서 땅을 헤집으며 흙목욕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한낮,

 

울엄닌 비닐하우스로 모여든 겨울빛과 함께 

서리내리기 전 마지막으로 따널었던 고추를 다듬고,

 

나는

봉당에 걸터앉아 따스하게 조잘대는 겨울빛을 친구삼아

잡목을 깎던 낫을 숫돌에 갈아놓는다.

 

 

 

일주일 동안 쌓였던 연탄재를 내다버리고

주말을 마감하는 시간,

 

겨울은 조금씩 조금씩

시린빛을 더 가져다 놓겠지.

 

울엄닌 

가으내 주워들였던 도토리로 묵을 쑤어

떠나는 자식의 봇따리에 챙겨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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