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도2촌의 주말,
특별히 할 일은 없어도 울엄니의 안부를 묻고자 여지없이 시골향(向)을 이룬다.
겨울빛이 시려오는 만큼
검푸른 동해바다 처럼 하늘은 더 파래지고
그 아래
땅으로 쏟아지는 겨울빛을 눈부시게 받던 은사시나무는
버섯 하나를 댕강 내보인다.
은사시상황 유혹의 덫에 걸린 시선은
좀 더 주위를 살피고...
닭장문을 나서 울 뒤 산으로 내뺀 닭들은
느닷없이 나타난 매의 출현에 여기저기 풀숲으로 숨어들고
미처 숨지 못한 수탉들은 잡목속으로 들어가 위험을 알리는 소리에
얼른 울 뒤로 돌아서니
은사시나무에 앉았던 매는 골짜기로 날아간다.
닭들도 볼 겸
울 뒤 잡목들을 깎다 보니
편해졌음일까?
닭들은 잡목속에서 땅을 헤집으며 흙목욕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한낮,
울엄닌 비닐하우스로 모여든 겨울빛과 함께
서리내리기 전 마지막으로 따널었던 고추를 다듬고,
나는
봉당에 걸터앉아 따스하게 조잘대는 겨울빛을 친구삼아
잡목을 깎던 낫을 숫돌에 갈아놓는다.
일주일 동안 쌓였던 연탄재를 내다버리고
주말을 마감하는 시간,
겨울은 조금씩 조금씩
시린빛을 더 가져다 놓겠지.
울엄닌
가으내 주워들였던 도토리로 묵을 쑤어
떠나는 자식의 봇따리에 챙겨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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