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엔 농한기인 겨울철 주말이면 춘천 근교의 산들을 동년배 지기들과 오르곤 했었는데
팔순을 훌쩍 넘어 구순을 향하는 울엄니의 시골생활에 마음 한켠이 쓰이니,
해를 바꾼 첫 주말에도 시골로 향해본다.
울엄니 모습에서
지난 한 주 동안의 마음쓰임을 덜어내고...
특별히 할 일이 없으니 봄날에 고사리 꺾으러 가는 뒷산의 능선길을 막는 잡목들을
내가 다닐 만 하게 전정가위로 깎아놓는다.
반나절 능선길의 잡목을 깎는데 시간을 보내고
따스함이 모인 울타리 밑에서 모래목욕을 하는 닭들을 지켜본다.
다른 한켠에서는 수탉 2마리가 서열싸움을 하다 서로 쫓고 쫓기며 집주위를 뱅뱅 돌고...
한참동안 모래목욕을 하던 닭들은 울 뒤로 향하고...
일주일 동안 쌓였던 연탄재를 지난 여름 사나운 비에 패였던 길 위에 부셔 메꾸고 나니
어느새 땅거미가 내려앉으며 어린 초생달이 빙그레 웃어보인다.
주위에선
겨울이라 할 일도 없을텐데 시골은 왜가냐고 물으면
'울엄니 연탄불 갈아주러 간다.' 라 대답하던 그 일.
고작 주말 하루 뿐만 연탄불을 갈게 된다.
어깨 연골도 다 닳아
팔도 쓰기가 힘들다는 울엄니,
편하게 기름보일러로 난방을 하면 좋겠지만 돈이 아깝다고 기름보일러를 돌리지 않으니...
시골을 떠나면서부터 걱정인 마음이다.
눈이 많이 온다는 예보에
휴일 아침 일찍이 춘천으로 향하고...
바로 직장으로 나와서
눈을 치우며 한 주를 마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