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소풍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다 보면
비가 내려 소풍이 취소되는 일이 많았던 것 같은데,
주말농군엔
주말마다 비가 내리니 고마운 마음보다 얄궂은 느낌이 앞선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친척 할머니께서 귀천을 이루시니
빗길을 전철을 타고 서울로 향한다.
구순을 훨씬 넘김이었을까.
모진 젊은 날의 힘듦을 되뇌이다
자식들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치매에
차라리 삶을 놓아야 편한 마음이었을 지도...
고향에 합장(合葬)으로 모신다는 이야기에
시골로 먼저 향하여 준비를 한다.
꾀꼬리와 홀딱벗고새(검은등뻐꾸기)가 아침을 반기고...
스치로폼 상자에서 밤을 보냈던 병아리를 풀어놓으니
병아리들은 울밑으로 달려가 자유를 즐긴다.
옥수수 몇고랑을 심다
장의 차량이 오기 전에 해두어야 할 준비를 하기 위해 산으로 가늘 길엔
은방울꽃이 서두르지 마라 하며 앙징스런 모습으로 유혹하고 선다.
장례를 마치고...
참깨밭 고랑을 켠 뒷밭에 빗물고랑을 손질하고,
잦은 비에 훌쩍 커버린 밭둑의 풀에 예초기질을 선보인다.
비와 장례일에
이번 주말에 계획했던 일은 주중에 울엄니의 일로 모두 떠넘긴다.
씨앗을 직파한지 3주된 옥수수는
이제 일렬로 줄을 서고 있다.
돌아오늘 길에
참취 한움큼을 꺾어와
살짝 데쳐놓았다.
그렇게
짧은 한 주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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