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꼬리가 5월을 노래한다.
주말 시골에 도착하자 마자
고추를 정식을 할 곳에 비닐멀칭을 하고,
이웃으로부터 구입한 고추모종을 심는다.
할미새가 꼬리를 촐랑이며 밭고랑을 타넘을제
고사리손으로 물을 떠나르며 주던 손녀의 모습은
옛모습이 된 채,
고추심는 날 울엄니의 기억으로만 떠올려지고...
고추모종들은 하나둘 밭두렁에 채워져 간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방안에 있던 병아리들을 마당에 풀어놓으니
어미닭은 제 새끼라며 달려들고
병아리들은 신이나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모래목욕에 정신없다.
잠시 그 모습을 지키다
고구마 모종을 몇고랑 심는다.
꾀꼬리만 온 것이 아니었구나~!
어둠이 찾아들기도 전에 뒷산 가까이서 소쩍새도 봄의 한가운데임을 알린다.
뻐꾸기도 찾아들고 검은등뻐꾸기도 신록을 노래한다.
날이 저물자
써레질이 끝난 논에서는 개구리 소리가 더하는데
피곤한 초저녁 시간은
이른 잠을 부른다.
새벽
처마밑을 떨구는 빗방울 소리에
농부님네들은 반가운 마음이겠지만,
주말농군은 아쉬움만 더하다.
빗속에 할 일이 거나없으니
우산 받쳐들고 밭 주위를 돌아본다.
'너희들도 곱게 우산을 펼쳐들었구나~'
한방울의 빗방울이라도 더 받아내려는 듯
입을 크게 벌린 모습이...
물기를 좋아하는 것을 보니 이끼이긴 이끼인 모양인가 보다.
따스함이 모인 비닐하우스 안에서
먼저 봄을 맞이하더니...
남보다 더 꽃대를 먼저 세운 지칭개는
비내리는 지금은 갈증을 더 느낄런지도 모른다.
꽃가루를 뒤집어쓰고 있던 은방울꽃이
씻고나니 더 예뻐졌다.
하루종일 비가 내린 일요일
참깨를 심었어야 했는데...
참깨파종은 다음 주로 미루고
대체휴일에 찰옥수수 2차 파종을 하기로 한다.
엎드린 시간이 길수록
허리는 아파오는데,
그나마 구름이 아침햇살을 막고 서니
힘이 덜 한듯 하다.
반나절 찰옥수수 파종을 마치고
읍내에 가서 점심 한끼 하자고 하니,
울엄닌 되었다며 혼자 먹고 오란다.
꽃속을 뉘 볼까
내내 고개를 숙인 채 꽃을 피워내던 할미꽃은
생을 마감하기 전
멀리 씨앗을 퍼뜨리려 몸을 일으키는데,
울엄닌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아직까지 자식앞에서 '되었다.' 라는 한마디로
굽은 삶을 지키고 있다.
점점 더워져 온다.
순간의 힘듦도 더워지는 만큼 더해지리라.
작년 여름
내년부터 농사는 못짓겠다 하던 울엄니,
그 힘듦속에서 건강을 지켜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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