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대부분의 주말을 시골에서 보내다
모처럼 시골이 아닌 도시에서 보낸다.
사정을 아는 친구의 전화에
근교산을 오르기로 하고,
한 해의 마지막 날
적당한 곳에 들머리를 두며 산을 오른다.
전날 밤 내린 눈이
지내온 한 해
하얗게 비워내라 함인지,
산을 들어서는 우리네의 마음을 안내한다.
억겁을 입은 장송(長松)은
지난 세월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이고,
능선길을 마주 선 소나무들은
솔향기로 터널을 만들고 지나는 산객(山客)들을 반긴다.
눈꽃을 보며
겨울을 탐하노라니,
여름도
이곳을 찾으면 시원한 바람이 있다고
저 아래 소양강을 보여준다.
작은 새들을 불러모던 숲은
저들끼리 겨울을 뽐내는데...
지난 한 햇 동안에
아름다운 수고로움이 내겐 있었을까?
소양호에 물어보니
그저 말없는 평온뿐이다.
통나무 의자엔
눈(雪)이 반짝이며 앉아있고
이곳에도 밤새 내린 눈이 먼저 나란히 앉아
아침햇살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이 앉아있는 모습이 아름다워
방해를 하고 싶지 않음이다.
세월은 흘렀어도
내뱉는 친구들의 어린 목소리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귀에 담으며 굴곡의 능선길을 밟는다.
산행의 목적보다도
시간을 만들어 낸 친구들과 한잔을 하며
한 해를 보낸 모습들을 서로 담아본다.
' 늘 있어 좋다.' 란 마음을 두며...
둘레길 코스 정도의 짧은 산행이었지만
다음엔 이 곳을 포함한 종주산행을 하자며...
정유년(丁酉年)을 보낸다.
오랜 친구들의
어린 웃음처럼,
정유년
마지막 날의 햇살도
참 따스하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말에..(2018.01.13) (0) | 2018.01.14 |
---|---|
장터목 (0) | 2018.01.07 |
주말에..(2017.12.23) (0) | 2017.12.25 |
주말에..(2017.12.16) (0) | 2017.12.17 |
주말에..(2017.12.9) (0) | 2017.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