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때 때를 맞추지 못한 들깨를 베어 넘기는 주말, 가을볕이 단풍을 만드느라 힘은 잃었어도 허리숙인 노동에는 그래도 땀이 흐른다. 지난 8월의 '카눈' 이 살짝 비껴가긴 했어도 옥수수밭 그늘에서 여리게 자랐던 들깨들이라 쓰러져 이리 엉키고 저리 엉키고... 모처럼 휴가중인 동생이 따라나서 그나마 빨리 끝나겠다 싶었는데 두세고랑 따라붙더니 손과 다리에 쥐가 난다며 이내 나가 떨어지니, 마음의 계산은 애초에 동생이 아니나온 것 만 못했다. 예년 같았으면 혼자서 꼬박 하루면 끝날 일이 거나 이틀이 소요되었다. 들깨밭에서 후룩 날아올라 산밑 소나무에 앉아 내가 자리를 뜨기를 기다리던 비둘기떼들은 저물도록 낫질을 하는 탓에 골짜기 안으로 날아가고, 붉은오목눈이떼와 박새들 만이 조잘대며 나와의 거리를 두며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