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가 열린 대추가 익어가고 산밑 밤나무들이 밤톨을 떨구는 주말, 예초기를 걸머지고 마지막 밭둑과 산둑을 깎기로 한다. 이슬에 젖은 풀무치와 방아깨비들은 힘겹게 예초기날을 피하는데 풀을 깎는 사내의 예초기질은 무심하기도 하다. 온 밭둑을 깎고 나니 얼추 하루해가 간다. 밭둑을 정리했으니 인삼밭 경작자도 편히 준비하겠지. 선선한 어둠은 깨끗한 하늘을 열고 수많은 반짝이는 별들을 데려다 놓는다. 장닭이 홰를 치며 아침을 알리니 별들은 아침안개 속으로 슬그머니 숨어가고 뒷산을 오르고픈 사내는 이른 아침을 먹고 산길 풀섶에 바지가랑이를 적셔본다. 봄날 고사리를 끊으러 올라보고 오늘에서야 오르니, 뒷산에서도 송이, 능이가 나는 걸까? 봄날 발목까지 빠지던 낙엽길이 먼지가 날릴 정도로 매끄러운 길이 되어있었다.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