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고 알려주던 풀벌레들이 내년을 기약하며 떠난 자리, 말없이 구절초가 섰다. 울뒤에서 곤충들을 쫓던 닭들도 이제는 낙엽속을 헤집으며 먹이를 찾고, 그 틈을 노려 커다란 매가 날아들어 닭들을 노린다. 가을은 풍요로움 속에서도 빈곤의 쓸쓸함이 공존하는 듯 하기도 하다. 가을빛은 비닐하우스 안을 딜다 볼 힘도 잃었는데 주말농부는 아랑곳 없이 빨간 고추를 따내어 비닐하우스 안에 디밀어 놓는다. 그리고 나서 예초기에 남은 기름을 없앨겸 산밑밭 산둑을 깎는다고 나서니 울엄닌 동네에서 시도 때도없이 붕붕거린다고 욕한다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떨어지는 빗방울에 김장배추는 좋겠다고 하지만... 어디 세상사 우산장수만 있으랴. 곧 베어넘겨야 할 들깨는 하루가 다르게 낙엽을 만들고 있다. 땅콩섶과 그동안 발효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