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꽃들이 아직 준비를 못하고 있을 때, 추석은 이르게 찾아왔다. 어디 가을꽃들 뿐일까. 과일이나 곡식들까지도 이제사 색을 물들이고 속을 채워간다. 2주 전에 벌초한 묘잔디도 아직은 성장을 멈출때가 아니라고... 엄마 따라 간 아이들을 내심 기다리면서도 그렇게 사는 아이들은 남이라고 말을 내뱉는 울엄닌 갓난 시절에 키우던 기억을 되살리곤 한다. 식어간 빛이었을까? 고추밭에 내리닿는 가을빛은 고추를 빨갛게 물들이지 못하고 벌쭘하게 있다가 그나마 구름에 가려진다. 2주만에 빨간고추를 따는데 고작 똥구르마로 하나, 아직 탄저병은 오지않았으나 빨갛게 익질 못하니 울엄니 마음은 조급해진다. 친정을 찾은 여동생과 옥수수알을 따내고 나서 밭과 집주위의 풀들을 예초기로 깎아내고 모처럼 뒷산을 올라봤다. 송이, 능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