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안개가 걷힐 즈음에 도착한 시골, 한정된 주말의 시간이라 바로 한고랑의 땅콩을 뽑아 털어내고... 끝물 고추라 생각하며 식어가는 햇빛에 힘들게 익은 홍고추를 따내 비닐하우스 안에 펼쳐널다 보니 하루해가 거나 지난다. 소쩍새 울던 골짜기엔 부엉이 울어대고 느즈막히 떠오른 달은 달무리를 진 채 밤을 지키고 섰는데, 마을의 개들이 컹컹 짖어대는 소리에는 구급차의 번쩍임이 있었다. 휴일 아침, 지난 밤 구급차의 출현은 결국 동네어르신의 부고 소식으로 되돌아 오고... 주말 일은 다음으로 미루며 동네어르신의 소천(召天)길을 돕는다. 그리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더할 수록 그리움은 더 깊어지는 것. 피어난 구절초도 계절을 그런 마음으로 지키고 섰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