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 같았으면 겨울에 자리를 내주고 벌써 떠났을 가을, 지금까지 서성거리는데... 더불어 울 뒤 둔덕의 비닐하우스에서도 가을빛을 받아내는 것들이 있었다. 짧은 가을빛에 시나브로 말라가던 고추를 곧 떠난다며 된서리를 내는 가을의 입김에 울엄니는 가을을 접고 겨울을 준비한다. 나도 마지막으로 옥수수알을 방앗간에서 도정을 해와 선별을 하고 소분을 하는데 주말의 시간을 보내고 김장에 남은 배추를 집으로 들이고 남은 비닐을 벗겨낸다. 그리고 양지를 찾으며 점점 움츠리는 닭들이 일주일 동안 낳은 알들을 모처럼 포장을 해보는데, 찾는 이가 있을까? 한낮에 따스했던 빛이 모양만 그러했지 사각거리는 낙엽에도 따스함을 잃은 오후, 11월의 마지막 주말을 마감하는 길엔 주중에 캐다 놓아 삶아 무친 울엄니의 고들빼기 반찬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