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봉당을 올라서 마루에 앉았다. 초대하지 않았을 찬바람도 뒤이어 오더니 염치없이 마루에 앉아 따스함을 쫓아낸다. 시골향을 이룬 주말 바깥마당엔 지난 주에 내린 눈이 추운 날씨에 어디로 가지도 못하고 그자리에 있었고 울엄니가 눈을 힘들여 치웠을 안마당은 고드름을 타고 흘러내리던 물이 바닥을 기며 얼어있었다. 닭들을 내놓고 닭장을 청소하고 뒤란과 바깥마당의 눈을 밀어놓고, 마을길로 나서는 얼었던 눈도 밭쪽으로 밀어놓았다. 그러고 나서 방을 들어서니 울엄닌 도토리묵을 쑤어놓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버릇처럼 되어버린 밭을 둘러보러 나서서 한바퀴 휭 둘러보는데, 누굴까? 해마다 봄이면 엉겅퀴싹을 뜯어 나물로 무쳐먹는데 그 엉겅퀴 뿌리를 먹는 것일까. 그 자리를 깨끗하게 파헤쳤다. 고라니나 노루가 저렇게 땅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