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에 있는 손윗누이의 일정에 맞춰진 주말,
잦은 비와 따뜻했던 가을날이어서 그런지 배추작황이 그다지 좋지않아
부족분은 절임배추를 사전에 구입하고...
손아랫누이와 울엄니가 미리 재배한 배추를 절이고 각종 부산물들을 씻어 준비하고 나서
주말, 모두 모여 절인배추를 샘물이 솟는 냇가에 가서 씻고 양념을 만들어 김장을 한다.
김장김치를 버무리는 동안
힘쓸 일은 조카사위에 맡기고,
나는 예초기 오일을 소비할 겸
울 뒤에 우거진 초목들과 인삼밭 뒷둑을 깎아낸다.
풀숲에 가려진 은사시나무 그루터기에선 잔나비걸상이 짜증을 부리며 제멋대로 자라고 있었고,
밭꼬랑지에 심었던 꾸지뽕나무는 추위에 언 열매를 매단 채 가을을 차버리고 있었다.
어둑해져서야 김장을 마무리 한 손길들은
식탁에 모여앉아 지난 이야기들의 추억을 꺼내어 살을 붙이며 보내는 시간,
하나 둘 모여들어 이야기 하는 밤하늘의 별들도
우리들에 엿보기를 허락하며 반짝거린다.
그렇게 밤은 지나고
모두가 잠든 빈 새벽에 시린 서리만 허옇게 아침을 붙잡고 선 시간,
모여들었던 식구들은 제 몫의 김치통을 차에다 싣고 하나 둘 제갈길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