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낮게 변조된 음성이 되어버린 울엄니,
작년에 수확해 두었던 땅콩을 마루에 앉아 까내다가 기침감기에 들었단다.
주말을 기다려 땅콩까는 자리에 하루 반나절 동안 울엄니와 같이 한 자리에선
언젠가 들었던 울엄니의 지난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 지난 이야기들이 자꾸 반복되어진다는 것은 기억력을 점점 잃어가는 것이라고...
이야기가 깊어질 수록 안타까움은 폐부를 깊숙히 찌르며 지난 삶을 토해내고 싶게한다.
허리를 펼 겸,
산밑밭으로 가늘 길엔 진달래가 활짝 피고...
노루 3마리가 도랑 건너 산으로 어슬렁 오르던데
그들이었을까?
울타리망 한쪽을 훼손하여 놓고 들어왔던 흔적이 있었다.
먼 산 비둘기 구구대는 소리와
가까이 청딱따구리의 소리를 친구 삼아
봄빛에 화전이나 부쳐볼까?
다시 땅콩을 까려 마루에 앉은 자리엔
호랑지빠귀가 휘파람을 불며 저들의 봄을 맞이하고 섰고,
봉당 위 빨랫줄에 날아든 딱새 수컷은 잠시 머물다 뒤꼍으로 날아간다.
한참동안이나 시공간을 물끄러미 내려보던 해가
아무일 없었던 듯 서쪽으로 향하고,
그렇듯~
땅콩 까내는 것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나의 주말시간도 또 지워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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