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주말에..(2023.4.1)

돌처럼 2023. 4. 2. 21:30

 

 

굵고 낮게 변조된 음성이 되어버린 울엄니,

작년에 수확해 두었던 땅콩을 마루에 앉아 까내다가 기침감기에 들었단다.

 

주말을 기다려 땅콩까는 자리에 하루 반나절 동안 울엄니와 같이 한 자리에선

언젠가 들었던 울엄니의 지난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 지난 이야기들이 자꾸 반복되어진다는 것은 기억력을 점점 잃어가는 것이라고...

이야기가 깊어질 수록 안타까움은 폐부를 깊숙히 찌르며 지난 삶을 토해내고 싶게한다.

 

허리를 펼 겸,

산밑밭으로 가늘 길엔 진달래가 활짝 피고...

 

노루 3마리가 도랑 건너 산으로 어슬렁 오르던데

그들이었을까?

울타리망 한쪽을 훼손하여 놓고 들어왔던 흔적이 있었다.

 

 

 

먼 산 비둘기 구구대는 소리와

가까이 청딱따구리의 소리를 친구 삼아

봄빛에 화전이나 부쳐볼까?

 

 

 

다시 땅콩을 까려 마루에 앉은 자리엔

호랑지빠귀가 휘파람을 불며 저들의 봄을 맞이하고 섰고,

봉당 위 빨랫줄에 날아든 딱새 수컷은 잠시 머물다 뒤꼍으로 날아간다.

 

한참동안이나 시공간을 물끄러미 내려보던 해가

아무일 없었던 듯 서쪽으로 향하고,

 

그렇듯~

땅콩 까내는 것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나의 주말시간도 또 지워지고 만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말에..(2023.4.15)  (0) 2023.04.16
주말에..(2023.4.8)  (0) 2023.04.09
주말에..(2023.3.25)  (2) 2023.03.26
주말에..(2023.3.18)  (0) 2023.03.19
주말에..(2023.3.11)  (2) 2023.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