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주말에..(2022.12.24)

돌처럼 2022. 12. 25. 16:15

특별한 일이 없어도 시골향(向)을 이루는 것은

닭들과 개의 사료가 떨어져가기도 했고,

 

연이은 강추위에 시골집이 탈 없이 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닭장 속 얼어붙은 계분들을 긁어내고

묶여져 있는 개들이 있는 곳의 다져진 눈도 긁어내고

뒤란 응달진 곳의 언 눈들을 치우고 나서

눈밭의 심리적인 힘을 빌어 잘라놓았던 고춧대를 태운다.

 

 

고춧대가 놓였던 자리에 뻘겋게 떨어진 고추들이

다시한번 아깝다 라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데...

 

일주일 동안 쌓인 연탄재를 여름철 폭우에 움푹 패인 길에 부셔놓고 들어서는데,

봉당 앞 햇빛모인 자리에서 움츠려 졸고있는 닭들 모습으로

울 뒤 산에서 딱따구리의 나무를 쪼는 소리가 파란하늘을 가르며 내려선다.

 

딱따구리 소리에 이끌려 산밑밭으로 향하는 시선엔

은사시나무 하나가 넘어져 있었다.

 

언제 죽어간 은사시나무가 있었던가?

산둑으로 걸쳐 쓰러져 있기에 치우다 보니 딱따구리가 파놓은 상태에서

바람이 세차게 불던 날에 부러져 넘어간 듯 하다.

 

 

넘어진 은사시나무에서 뜻하지않은 선물을 받고...

 

 

곤한 잠에

연탄불을 보러 나가는 것도 얼마나 힘들까?

 

단 하루만이라도

울엄니 대신에 연탄불을 보러 나가는 것도

시골향을 이루는 목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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