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큰 걱정을 두었던 태풍(솔릭)이 그냥 조용히 비만 뿌려주고 가기를 간절히 바랬는데
그 간절함이 통함이었을까. 큰 피해없이 지나갔다.
또다시 맞이한 주말,
큰 일은 없어도 소소한 일거리에 허리를 펼 새 없는 울엄니에 도움이 될까 시골향을 이룬다.
지금쯤이면 들깨가 푸르게 밭을 메우고 섰어야 할 밭은 장마가 끝난 후 비 한방울 없는 가뭄에
일찍 한 해를 마감한 채 비어있고
5월 중순경에 파종했던 옥수수는 가뭄에 몸통을 불리지 못하고 옥수수대에 바짝붙어 메말라갔다.
여기도 정상적으로 수확을 하였다면 지금쯤 옥수수대궁은 베어지고 들깨밭으로 바뀌었을텐데...
6월 초에 파종한 옥수수는 시들기를 반복하다 옥수수 수꽃이 피기가 무섭게 말라버리니 옥수수가 제대로 열리지도 못하고 그냥 쓸모없이 서있다.
100구짜리 김장배추 모종을 심고,
참깨밭으로 가서 꼬투리가 벌어지는 것만 골라베는 울엄니와 함께 한다.
베어진 참깨는 비닐하우스 안으로 가서
햇볕을 기다리며 눕는다.
봄에 참깨씨앗이 이리도 잘 발아가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난 5월 폭우가 내린 뒤로 장마가 시작될 때까지 비가 없어 빈밭이다시피 한 참깨밭에
정작 쓸모없는 지금에선 떨어진 참깨가 뭉터기로 싹을 틔우고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아침안개가 늘 있던 마을이었는데...
땅이 바짝 말라 안개가 설 자리도 없다가
태풍이 뿌리고 간 비에 힘입어 아침이면 안개가 내리기 시작했다.
고추와 고추 왼쪽과 뒤쪽으로 있는 메주콩
그리고 고추고랑 오른쪽으로 있는 서리태들이 신이 났다.
그동안의 갈증을 풀고 꼬투리를 달며 싱싱하게 선다.
고라니망을 두르지 않았다면 콩잎들은 엄청 뜯기었을 텐데...
타들어가던 땅콩과 고구마도 다시 고개를 들고 서긴 했지만
이들이 얼마나 달릴런지는...
조금 심어놓은 김장배추 탓에
닭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고라니망을 두르게 된다.
가뭄이 아니었더라면
초석잠덩굴은 땅을 완전히 덮었을텐데 시들기를 반복하다 이제서 서서 자기보다 빨리 크는 고랑의 고들빼기를
힘들게 내려다보고 있다.
그동안 사이사이 내려주면 좋았을 비가
앞으로 며칠 동안 오락가락 할 모양이다.
쓸데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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