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까지만 해도 주말의 시간이 참으로 짧았던...
마당 한켠에 널려진 여문 옥수수를 마루에 앉아 알알이 따내는 울엄니를 보며,
딱히 제 일을 못찾아...
"엄니! 뒷산에나 올라볼까?" 하고
5월 고사리 산행 이후 모처럼 뒷산을 올라 둬시간 헤비적거리다 내려선다.
닭들을 닭장안에서 내놓아 보자고...
길고양이들이 많아(병아리 한마리를 길고양이게 잃었었다.) 풀어놓기 못하다가 처음으로 닭장문을 열어놓는다.
두려운지 닭장안을 나서지를 않아 닭장 뒤로 가서 쫓아내서야 닭장을 나섰는데...
마당에 무리로 모여서서 어디 갈줄도 모른다.
한참을 지나서야 울밑으로 가서 보금자리를 치며 모래목욕을 한다.
두물을 따낸 고추는 잦은 비에 약뱡제를 못하니 탄저병으로 주저앉았다.
고추를 잘라내고 고추지지대를 뽑아내고 몇고랑의 가을무를 파종한다.
해가 저물어
닭들이 닭장 안으로 들어가길 바랬지만,
어쩔 줄 모르고 우왕좌왕 하며 생울타리인 노간주나무 사이에 올라가기도 하고...
닭장 안으로 20마리를 몰아넣는데 생쑈가 따로없다.
닭장 안으로 닭을 몰아넣고 나니
반달이 마당을 비추고 있다.
가만 달을 올려다 보고 있노라니 마당으로 개똥벌레(반딧불이) 한마리가 날아든다.
'해마다 한마리만 보게 되는구나' 라 생각하며 시선을 쫓다보니
어릴적 개울둑에 앉아 달빛 내려앉은 개울물의 흐름을 보기도 하고
수많은 개똥벌레들의 비행을 쫓기도 했던 그 추억이 떠올려진다.
저 달이 차올라 지고
다시 저 달이 차오는 날이 추석이리라.
밭쪽으로 내려서는 산밑 어린 잡목 및 풀들을 예초기로 깎고,
한낮의 하늘을 올려다 보니...
역시 하늘은 가을하늘이 가장 아름답다.
맑은 하늘아래 눈부시게 쏟아내리는 햇빛을 담은 들깨들은
하나 둘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소소한 일들을 정리하고
짧아지는 해만큼
9월의 첫 주말도 일찍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