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이야기

묵나물(고사리)

돌처럼 2017. 1. 31. 11:34

 

 

해마다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산을 누비며 고사리를 꺾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햇빛에 건조해 놓는다.

 

 

 

 

 

잘 건조하여 둔 고사리를 이듬해 설날이나 정월대보름때 삶아 하루정도 물에 불려놓으면

처음 채취하였을때처럼 고사리는 통통하게 불려진다.

 

 

 

물에 불려진 고사리를 적당한 소금과 파, 마늘을 넣고 볶아주면 맛있는 묵나물 반찬이 된다.

볶을때 개인적으로 물을 자작하게 붓는다. 볶는다는 표현보다 지진다는 것이 맞을지도...

 

 

고사리를 채취할때 연한 것만 꺽으면 묵나물 반찬을 해먹을때 참으로 부드럽다.

고기반찬도 부럽지 않은 식감과 맛! ^^

 

 

삶은 고사리를 물을 꼭 짜내고 볶아보았다.

볶은 참깨도 뿌려보고...

 

 

 

고사리는 묵나물로 참 훌륭한 나물이다.

혹자(或者)는 남자들의 정력(?)을 약하게 한다는 말에 고사리 나물을 먹지 않지만,

고사리 특유의 향을 맛보는 것에 겨울의 맛이라 언제부턴가 느끼며 좋아하는 묵나물이다..

시래기, 참취 묵나물도 나에게 있어선 겨울이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묵나물.

이 3가지 묵나물이 어렸을때부터 정월대보름날 가난했던 시골 저녁밥상에도 올랐던 나물이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울엄니 젊었을 적에 대리끼(?)를 옆구리에 꿰차고 먼 산까지 가서 고사리를 꺽어와 삶아 말리던 풍경이 고스란히 눈에 떠오른다.

 

예전 부랄친구들마저도 도시로 떠난 시대라

지금은 돈을 주고 사먹는 사람들이 많아 가난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 되었지만

이들 묵나물의 맛에는 변함이 없다.

 

올 봄에도

고사리를 꺾으러 산에 오를 수 있으면 좋겠다.


(대리끼 : 싸리나무로 엮은 바구니를 울동네에서는 그렇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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