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쌀쌀하다 하더라도 햇빛이 모여들어 수다를 떠는 한낮은 완연 봄이다. 묵은 잎을 떨궈내며 봄기운을 엿보던 풀들 만큼 박새나 딱새 같은 작은 새들도 뿌려지는 아침햇살 사이로 조잘거림을 채우고, 닭장문을 나서기 꺼려하던 닭들도 동이 트기 무섭게 닭장을 나선다. 아직까지 밤하늘의 달과 별을 시리게 바라보는 언 땅이지만 일년 동안 쌓인 퇴비를 밭으로 내는 시간을 가져본다. 똥구르마에 퇴비를 싣고 오가는 공간엔, 짝을 부르는 청딱따구리와 산꿩의 소리도 있고 자기 몸을 들킨 노루나 고라니의 도망치는 소리도 있다. 반나절 넘게 퇴비를 실어내고 울 뒤 대추나무와 고야나무 가지를 치다 보니. 마루에 걸터앉았던 봄빛은 처마밑 그림자에 자리를 내주고 서향(西向)의 산비탈을 올려뛰고 있었다. 저문 해에 연탄불을 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