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2

주말에..(2021.11.27)

작물들을 탐하던 산짐승 조차 자취를 감춘 계절 어느덧 거둘 것 없는 빈 들판은 지난 밤 별들의 선명한 이야기를 듣다가 하얀 찬서리만 뒤집어 쓰고 움츠린 아침을 맞는다. 주말, 대문 없는 마당을 겨울빛과 함께 들어서서 닭장문을 열고 닭장을 청소하다 보니, 우루루 몰려나갔던 닭들은 괜히 닭장을 나섰나 하는 모양새로 생울타리 밑에서 웅크리고 만다. 연탄불을 갈아넣고 1주일 동안 태웠던 연탄재를 밭으로 내어 부셔놓고 나서 방안으로 들어서니 울엄닌 말려놓았던 밤을 까고 있었다. 사실, 밤 까기 쉽지않다고 주워오지 말라고 했던 밤인데 내가 시간이 날 적 마다 까겠다고 하면서 주워들였던 것을 일주일 내내 까고 계셨던 모양이다. 따스한 겨울빛에 서너고랑 심었던 초석잠이 작든 크든 상관없이 캐겠다고 나섰는데... 에잇~..

나의 이야기 2021.11.28

주말에..(2021.9.25)

아침안개가 걷힐 즈음에 도착한 시골, 한정된 주말의 시간이라 바로 한고랑의 땅콩을 뽑아 털어내고... 끝물 고추라 생각하며 식어가는 햇빛에 힘들게 익은 홍고추를 따내 비닐하우스 안에 펼쳐널다 보니 하루해가 거나 지난다. 소쩍새 울던 골짜기엔 부엉이 울어대고 느즈막히 떠오른 달은 달무리를 진 채 밤을 지키고 섰는데, 마을의 개들이 컹컹 짖어대는 소리에는 구급차의 번쩍임이 있었다. 휴일 아침, 지난 밤 구급차의 출현은 결국 동네어르신의 부고 소식으로 되돌아 오고... 주말 일은 다음으로 미루며 동네어르신의 소천(召天)길을 돕는다. 그리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더할 수록 그리움은 더 깊어지는 것. 피어난 구절초도 계절을 그런 마음으로 지키고 섰을 게다.

나의 이야기 2021.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