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들을 탐하던 산짐승 조차 자취를 감춘 계절 어느덧 거둘 것 없는 빈 들판은 지난 밤 별들의 선명한 이야기를 듣다가 하얀 찬서리만 뒤집어 쓰고 움츠린 아침을 맞는다. 주말, 대문 없는 마당을 겨울빛과 함께 들어서서 닭장문을 열고 닭장을 청소하다 보니, 우루루 몰려나갔던 닭들은 괜히 닭장을 나섰나 하는 모양새로 생울타리 밑에서 웅크리고 만다. 연탄불을 갈아넣고 1주일 동안 태웠던 연탄재를 밭으로 내어 부셔놓고 나서 방안으로 들어서니 울엄닌 말려놓았던 밤을 까고 있었다. 사실, 밤 까기 쉽지않다고 주워오지 말라고 했던 밤인데 내가 시간이 날 적 마다 까겠다고 하면서 주워들였던 것을 일주일 내내 까고 계셨던 모양이다. 따스한 겨울빛에 서너고랑 심었던 초석잠이 작든 크든 상관없이 캐겠다고 나섰는데... 에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