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힘들게 지키고 있는 노모(老母)였기에 이번 광복절 대체휴일은 남다른 반가움이 있었다. 주말 아침일찍 시골에 내려가자 마자 뻘겋게 익은 고추를 따냈지만 주말 비소식에 비를 맞힐까봐 전날부터 울엄닌 무릎과 고관절 고통을 안고서도 빨간고추를 따내고 있었다. 고추를 따내고, 들깨에 거침이 없도록 듬성듬성 서있는 것과 밭끝자리에 있는 옥수수대궁의 잎과 순을 잘라내는데 천둥소리를 내며 곧 쏟아질 것 같은 날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비 한방울 떨어뜨리지 않고 그대로 지나쳤다. 비에 대한 한가닥 기대는 애증으로 바뀌고... 가뭄끝에서도 씨를 들어올리던 바랭이가 무성한 밭둑을 예초기로 돌려깎고 빗줄기의 시원함 대신 훤해진 밭둑을 보며 그나마 마음의 시원함을 담아본다. 예초기질을 할 때 노견의 컹컹대는 소리엔 반가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