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고사리 산행
돌처럼
2025. 4. 27. 20:46
연분홍 철쭉이 산속을 반기는 계절
각시붓꽃이 벙어리뻐꾸기 소리 만큼 보라빛으로 물들이고
화사한 산벚꽃을 지운 숲은 연초록을 더한다.
고비를 찾는 발길엔
꽃을 숨긴 족두리풀은 시치미를 뚝 떼고,
동의나물은 곰취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노란 꽃을 들고 선다
해마다 고사리를 한줌씩 얻는 곳을 올라
그 자리에서 고개를 쑥 내밀고 반기고 선 고사리를 끊으며
계절을 노래하는 새들의 소리를 귀에 담다 보면,
고향의 아련함이 마음 한켠에 자리잡는다.
발길 뜸한 골짜기에 자리잡은 홀아비꽃대는
어느 마음이었을까.
주말,
시골향(向)을 이루는 길에 오이, 호박, 대파 모종을 사서
밭 귀퉁이에 심고,
옥수수밭을 가보니 싹을 올리는 곳마다 꿩이 달려들어 뿌리에 달린 옥수수알을 파먹으며
주말농군의 농삿일을 망쳐놓는다.
독수리연은 무용지물이 된 듯 하고
발바리를 밭가에 매어놓고 꿩이 오거든 겁을 주라 했는데
잘 쫓아낼까 모르겠다.
부화기에 넣은 지 정확히 21일
갓 부화되어 나온 병아리를 보며 마음을 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