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벌초(2024.9.7)

돌처럼 2024. 9. 8. 18:17

 

 

지난 주 벌초를 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에 감염되어 아무것도 못하고,

한 주 밀려 벌초를 하게된다.

 

건너마을 산너머 조부모 산소를 깎으로 가는 길,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확트인 산길이었으나 

이제는 벌초꾼들도 그렇고 산비탈 밭들도 묵밭이 되어가며 오가는 사람들이 없으니

초목이 우거질 대로 우거지며 길이 없어지니 혼자 다니는 길이 힘겹기만 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근처 고조부와 증조모 산소까지 벌초를 하고 산을 내려섰으나

올해는 코로나 여파 탓인지 힘이 들어 추석을 쇠고 집안이 모여 벌초를 한다니 그 때 들러보기로 하고 올해는 그대로 내려선다.

 

오후엔 집 근처의 산에 있는 선친묘 2기를 깎고...

 

 

 

들깨밭 주위의 둑들을 깎는다.

물론,

땅벌집이 있는 밭둑은 한발 남짓 피해가며...

 

 

 

무슨 놈의 들깨가 키만 키우는지

어느새 내 키보다 더 자랐다.

 

 

 

땀을 식힌 어둔 공간에선

소쩍새들이 산밑까지 내려서서 소쩍이고,

 

가을 곤충들은 하늘에 많은 별들 만큼이나 

사방 어느 곳에서나 찌륵이고 있다.

 

그렇게 밤은 시원하게 흐르고...

 

새벽안개가 풀잎을 적시고 

닭장의 수탉들이 아침을 깨우기 무섭게 고추밭으로 나가 세물고추를 따내기 시작한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니 고추도 끝물로 향하는 지

두물고추는 똥구루마로 6개나 수확을 했는데, 세물고추는 겨우 3구루마

 

들깨는 꼬투리를 내밀며 꽃을 피워 벌을 부르던데...

 

 

 

한낮의 빛은 따가워도 애처로워 보이고

햇빛을 막고 선 그늘은 점점 짙어져만 가는데...

 

내 마음도 따라 쓸쓸함이 스멀대니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