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봄은 오는데...(2024.2.17)

돌처럼 2024. 2. 21. 09:22

 

 

 

해가 뜨면 질척해지는 땅이

해가 질 무렵엔 꼬닥하게 마르는 것이 반복되는 날,

그렇게 겨울과 봄은 씨름을 하고 있다.

 

이상고온이라 여겨질 만큼

절기에 맞지않게 따뜻함이 일찍 찾아들어 

밭도 푹신하고 딱딱하게 얼었던 퇴비장도 눅눅해졌다.

 

저번에 이어 지난 주에도 퇴비장의 두엄들을 뒤엎다 보니

지렁이 새끼들과 장수풍뎅이의 애벌레로 짐작이 가게끔 큼직한 굼벵이들이 보인다.

파헤쳐진 두엄사이로 닭들이 모여들어 지렁이들을 잡고,

내가 쉬는 틈을 타 개똥지빠퀴 한마리가 날아들어 지렁이를 사냥한다.

 

한참동안 퇴비장에서 얼씬거리던 닭들은 울 뒤 잡목속에서 한가로움을 찾고...

 

 

 

뒷밭은 따스한 빛을 받아들이며 땅을 녹이고 있는데

곧 두엄을 내야 할 손길은 걱정만 담고 있다.

 

 

 

들깨를 털어내며 쌓아놓았던 들깨섶도 펴널어야 하고

도랑도 쳐야 하고

곧 두엄도 내야하는데...

 

운동을 해야 한다는 자식의 말에

힘겨운 몸을 이끌고 고작 뒤란 한바퀴를 돈 울엄니

그 얼굴에도 얼른 미소가 보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