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연휴에..
섣불리 이소를 한 참새 새끼 한마리가 마당을 폴짝이며 시선을 끄는 주말,
닭을 가두고 밭에 호미질하러 갔을 울엄니 대신에 닭들과 병아리들을 내놓으니
그들의 날개짓에 바짝 마른 마당의 먼지들이 푹석이며 공중을 떠돈다.
평소 같으면 검은등뻐꾸기와 꾀꼬리, 뻐꾸기가 존재를 알릴 듯 한데
그들도 가뭄에 지쳤을까?
고추에 붕사비료로 엽면시비를 하려 준비하다 보니 울엄니는 진딧물도 끼었다며 진딧물약도 함께 치란다.
고추에 약방제를 하고
겨울에 산둑의 잡목들을 깎아낸 자리에서 새로 돋아나는 순들을 깎아 퇴비장에 쌓고 나니
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린다.
땀도 식힐 겸
부화된지 4주차가 된 병아리들과 함께하는 시간,
그들의 조잘거림에 가뭄에 애타던 마음도 잊는다.
비 예보에
지난번처럼 몇방울 떨어뜨리지 말고 '제발 5mm 라도 내려주라.' 라며
뒤란 울타리밑에서 우는 청개구리의 소리를 간곡하게 믿고 보낸 밤,
휴일 아침은 잔뜩 흐려있었다.
옥수수밭에 추비를 하다 보니 비가 몇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얼른 추비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서니
'그럼 그렇지.'
떨어지던 빗방울도 멈추고 금새 하늘은 민낯으로 벌쭘하게 선다.
임대를 준 인삼밭의 산둑을 예초기로 깎아내고
고추밭에 고추줄을 늘이도록
저 산너머는 먹구름으로 둘러쌓였는데 바로 위 하늘은 햇살이 비집고 나올 듯이 엷은 구름만이 지나고...
그렇게 또 하루가 가더니,
간절함을 달래려 함이었을까.
아니면 호국의 영령들에 대한 슬픔이었을까?
현충일 아침
주었는지 흘렸는지 모르지만 하늘이 1시간여 동안 비를 제법 뿌리고 간다.
나보다도 작물들이 더 숨통이 트였을 듯한...
참깨는 타죽었어도
모종을 위해 뿌려놓은 들깨를 위해선 약비라고울엄닌 한숨을 돌린다.
마당을 뛰어놀다 마음 편히 울타리에 올라앉은 병아리들 처럼
나 또한 편한 마음으로 연휴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