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파종
아침이 찬 주중의 날씨와는 달리
한껏 봄꽃을 재촉하려 함인지 덥다고 느껴질 정도의 주말,
참새와 딱새 등의 텃새들도 번식을 위한 보금자리를 찾느라
시골집 처마밑을 엿보느라 분주하다.
시골에 도착하기 전날 고향의 후배가 트랙터로 경운작업을 해놓은 텃밭을 우선 비닐멀칭을 해놓고
감자 두고랑과 땅콩 한고랑을 심는다.
남은 고랑은 5월 초에 고구마와 고추 모종을 심을 예정이다.
뭔 놈의 바람은 그리 불어대는지
주말의 일은 산적같이 쌓였건만 비닐을 씌우는데 애를 먹인다.
하루 해는 그렇게 저물고...
호랑지빠귀가 새벽을 깨울까 했는데
어쩐 일인지 부엉이 울음소리에 휴일 아침을 맞이한다.
닭모이를 주고
못줄을 들고 뒷밭으로 가서 옥수수 파종을 시작한다.
옥수수씨앗 1kg을 약 300여평에 파종하고
아직 멧돼지는 코빼기도 보이지는 않지만, 고라니나 노루들이 푹신한 밭을 뛰어다니는 것을 막으려
지줏대를 박고 울타리망을 친다.
저 위 밭머리 5~60평은 다음 주에 참깨를 파종하려고 남겨두었는데...
산밑밭 명이나물을 한움큼 뜯어내어 쌈이나 싸볼까 하고 올라서는데
궁뎅이 허연 노루 2마리가 산으로 올려뛴다.
검은 오랑캐를 찾는다던 현호색(玄胡索)은 산둑에 앉아 노루가 올려뛰는 모습을
멀꿈히 바라보고 있었다.
'진달래도 다 피고 있었구나.'
20여년 전,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함께 옥수수 파종을 할 때는 비록 남은 시간을 꼴(소 풀)을 베는데 썼지만
그래도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의 주말엔 혼잣일에 바쁘기만 해서 진달래가 꽃을 피우려 준비하는 것도
몰랐던가 보다.
오는 주말엔
뒷산에 올라 볼 시간이나 될까?
두릅과 고사리가 눈에 선하다.